정부가 어제 올겨울 들어서만 다섯 번째 전력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을 내렸다. 이틀 연속 급전지시 대상에 포함된 기업 중엔 “정부가 해도 너무한다”며 이탈 조짐까지 있다고 한다.
2014년 도입된 급전지시가 2016년까지 불과 세 번이었던 데 비하면 이례적이다. 전력예비율이 16%대로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었음에도 정부는 전력수요가 조금만 높아진다 싶으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 가며 급전지시를 남발하고 있다.

정부는 “한파 등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전문가의 분석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목표수요를 7차 때에 비해 크게 낮춰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력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정부가 탈원전 등을 위해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한 것이라면 앞으로 수요관리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2011년 사상 초유의 전국적 대정전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가 원자력 발전시설 확충 결정을 미룬 데 이어 노무현 정부가 발전소 신설보다 소비 억제로 가는 전략을 세운 결과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안이한 전력수요 예측이 몇 년 뒤 똑같은 사태를 몰고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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