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주사제 취급 과정서 오염됐을 가능성 높아
이대목동병원·의료진 책임 피하기 어려울 듯

"병원감염 경각심 높여야"
지난 4년간 국내 중환자실 감염 건수 1만1964건
감염 관리는 환자위한 투자…인력 충원 등 정부지원 절실

지난달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신생아 네 명이 연쇄 사망한 원인은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생아들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병원과 의료진 과실로 인한 ‘인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망 신생아 네 명에게서 세균 검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신생아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 발표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숨진 신생아 네 명의 혈액에서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전 네 명 중 세 명에게서 뽑아둔 혈액과 이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 주사제(스모프리피드)에서 같은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신생아들은 사망 전날인 지난달 15일 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나눠 맞았다. 병 안에 든 주사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이를 개봉해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NICU 내 감염으로 사망 추정

감염된 균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제가 오염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스모프리피드는 전량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며 “지질영양제 자체 오염이라면 다른 병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염된 지질영양제가 유통됐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투여한 지질영양 주사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6년 이 제품을 허가하면서 사용설명서에 조산아들에게 쓰면 폐에 지방이 쌓여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과수가 부검을 하며 신생아들의 폐를 살펴봤지만 지방이 쌓이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수사대는 신생아 주사제를 취급하면서 감염관리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 간호사 두 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한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 세 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키로 했다.

감염관리 지원 늘려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중환자실 감염 건수는 1만1964건에 달했다. ‘병원에 가서 병을 얻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병원을 찾은 환자의 5%가 의료 관련 감염을 겪고 이들 중 50%가 항생제 내성균을 갖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감염관리 활동을 통해 이 같은 병원감염의 30%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관리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라며 “한국처럼 건강보험 재정에 의료비를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보험 재정이나 국가 재정으로 감염관리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사건이 터지면 일시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장기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력 충원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5~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고 준비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구체적 로드맵조차 없다”고 했다.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특정 병원과 특정 의료진의 잘못으로만 이 사건의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관리에 소홀한 정부정책, 낮은 의료수가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는 문제인데 의료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가뜩이나 힘든 NICU 진료에 나서는 의료인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지현/성수영/임유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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