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스마트폰 중독 "큰일나요"

직장인 윤모씨(31)는 지난 10일 저녁 스마트폰으로 미국 드라마를 보며 길을 걷다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매서운 한파에 길 곳곳이 얼었다는 사실도 잊고 화면만 보며 걸음을 옮긴 것이 화근이었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걷다 보니 넘어지면서 균형을 잡기도 어려웠다. 크게 엉덩방아를 찧은 뒤 한참 동안 엉덩이 부분이 얼얼하고 아파 병원을 찾았더니 꼬리뼈에 실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스몸비족’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다. 스몸비족이 늘면서 윤씨처럼 겨울철 낙상 사고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으면 장애물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낙상뿐 아니다. 잠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은 우울, 불안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봤다.

스마트폰 중독되면 사고 발생 위험 높아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기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교류를 한다. 이를 통해 즐거움과 같은 보상을 받는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이 습관으로 바뀌고 중독된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시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스몸비족은 스마트폰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길을 걸으면서 각종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영상 등을 감상하면 집중력이 분산된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배경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은 다른 일상 행동을 할 때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진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국내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36.5%가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대학생들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미끄러짐, 충돌, 지하철 출입문 끼임 등의 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9배 높았다. 추락이나 미끄러짐 사고 위험은 2.08배, 충돌 사고 위험은 1.83배 높았다. 이 같은 이유로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길을 걷거나 다른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을 의식적으로 멀리 두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행 중 스마트폰으로 영상 등을 시청하거나 메신저를 주고받는 것은 삼가야 한다. 민 교수는 “90% 넘는 국민이 스마트폰 사용자이고 이들은 잠재적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정책적 관심과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스 심한지 확인해야

스마트폰 중독은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강한 청색광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깨질 위험이 크다. 인체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낮과 밤을 인식해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밤 시간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인체가 낮과 밤을 혼동하기 쉽다.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우울, 불안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사람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민 교수팀에 따르면 스트레스, 우울, 불안감이 있는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2배 정도 많이 썼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19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했다. 자살 생각을 한 사람은 2.24배나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우울과 불안감을 경험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심하면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스스로 통제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 호르몬도 변한다. 대뇌 보상회로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문제가 생겨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위험이 크다.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 마약 등의 물질 중독과 비슷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위험도도 다른 물질 중독과 다르지 않다.

민 교수는 “사회심리적 요인 외에 불안,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살 생각도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위험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신이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생체 리듬이 깨져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스마트폰 중독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영유아 성장 지연 위험도

유아, 아동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장시간 화면을 보다 안구건조증 등 안과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성장기에 자세가 나쁘면 성장장애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선영 울산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스마트폰에 빠져들다 보면 나쁜 자세가 형성되기 쉽고 신체에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며 “근골격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10세 미만 급성장기 아이들은 이런 압박이 성장 장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습관을 익혀야 한다. 사용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수업 시간이나 업무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교육이나 놀이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쓴다면 하루 15~20분이 넘지 않도록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수첩, 다이어리 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아동과 청소년도 야외활동이나 몸을 움직이는 놀이 등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면 스마트폰에 중독될 위험이 높아진다. 가족끼리 자주 대화하고 감정이나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정선영 울산자생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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