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후원행사' 이낙연 총리 참석에 고무
"올해는 좀 달라지려나" 기대

'최순실 사태'발 위기 1년
4대 그룹 등 회원사 줄줄이 이탈… 50개층 중 16개층 텅 비어
'6개월 임대료 공짜'에도 안나가… 회비 줄고 임대료 수입까지 비상
감원에 임금 삭감 '생존위한 사투'

그래도 희망은 있다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등 국가적 아젠다 연구에 역량 집중
"경제계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
새해 업무가 시작된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서울 여의도 회관. 20층부터 33층까지 14개 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입주사였던 LG CNS가 이 날짜로 임차 계약을 해지하고 서울 마곡동의 ‘LG사이언스 파크’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50층짜리 오피스 빌딩의 3분의 1이 공실로 남자 늘 붐비던 점심시간 엘리베이터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이낙연 총리“올림픽 티켓 좀 사달라”

전경련 실무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임차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며 지구촌을 누비던 경제단체가 문재인 정부에 ‘적폐’로 찍힌 뒤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은 지난 10일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 기업 감사 신년회’ 행사를 열면서 모처럼 고무돼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 행사에 총리가 참석한 것은 지난해 7월 아시아비즈니스서밋 이후 처음이었다. 총리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어떤 장·차관도 전경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지난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 때도 전경련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경련은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에 정부가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행사를 마련했다는 전언이다. 정부가 차마 거부하기 어려운 명분이었다. 올림픽 관람티켓 판매가 저조해 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날 이 총리는 “기왕 신세를 진 김에 한두 가지 더 부탁을 드리겠다”며 티켓 구매와 올림픽 행사 참석을 당부했다.

전경련은 2015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이후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 회원사들이 우후죽순 이탈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LG를 시작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순차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하자 전경련의 위상은 급속도로 낮아졌다. 한때 639곳에 달하던 회원 수는 510곳으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경련을 노골적으로 따돌렸다.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임직원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에 나서야만 했다. 한때 200명이 넘던 임직원 수를 60% 가까이 줄였다. 임원과 직원 월급을 각각 40%, 30% 깎는 자구안도 단행했다.

산업부, 전경련 혁신안 승인할까

하지만 올해 살림은 여전히 빠듯한 여건이다. 회비 수입은 이미 70% 이상 줄었다. 여기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면서 임대료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의도에 있는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전경련이 3년 계약에 6개월 임대료 공짜, 인테리어 무상 지원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의도 지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지만 적폐 세력으로 찍힌 전경련 빌딩에 입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전경련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경련은 올 한 해 싱크탱크(두뇌집단)로의 변신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권태신 상근부회장은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등 경제계와 정부가 모두 관심을 갖는 국가적 아젠다(주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작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전경련은 ‘북핵 사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해 9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존 체임버스 전 S&P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 의장 등을 초청해 ‘특별대담’을 했다. 이어 10월엔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재계회의를 열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두 행사 모두 지난 수십 년간 전경련이 세계에서 쌓아온 인맥과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경련의 당면 과제는 지난해 3월 발표한 혁신안을 하루라도 빨리 실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눈치를 보느라 새 정관 승인 접수를 차일피일 미뤄 속을 태우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당장 예전 같은 위상을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도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경제단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좌동욱/고재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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