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 kunta@hankyung.com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마친 이낙연 국무총리가 할 말이 더 남은 듯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이 총리는 10년 전인 2008년 진행한 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정부 수립 이후 60년간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로 스포츠, 경제성장, 민주화보다 과학기술 발전을 더 꼽았다”며 “과학기술계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된 중국계 과학자가 오늘날 공산국가 중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운명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리 발언은 과학기술계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과학기술인이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과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기술인을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겠다며 지난달 32명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유공자 선정 뒤 처음 열린 과학기술 행사인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 총리를 비롯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관료와 기관장, 정치인들이 행사의 주인공처럼 단상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그러는 사이 정작 10명의 생존 과학기술 유공자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과 정길생 전 건국대 총장은 플로어 한편으로 밀려나 있어야 했다. 담당자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로부터 유공자를 의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과학기술 유공자에게 제시한 예우 중 실질적인 혜택은 공항 이용 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다. 대신 과학기술 행사에서만큼은 ‘VIP급’에 준하는 예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과학 유공자 제도를 도입했다고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진정성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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