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9)

15년간 만든 게임 모두 실패…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
아웃사이더 모여 '대박' 만들어

목표는 '세계적 IP' 육성
기획부터 해외시장 겨냥… 북미에서 성공한 첫 K게임
영화·만화·연극으로 확장… 직원 채용 땐 '열정' 최우선

김창한 펍지 대표가 지난해 배틀그라운드가 세운 각종 신기록을 기네스북에서 인정받은 인증서를 소개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적으로 판매량 3000만 장, 동시접속자 300만 명을 돌파하며 7개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게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꼽는다.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 자회사인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해 지난해 3월 출시한 PC 온라인 총싸움게임이다. 펍지(PUBG)는 게임명의 영문 표기에서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이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해외 시장을 노리고 개발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누적 판매량 3000만 장(X박스판 포함)돌파,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기네스북 7개 부문에 등재됐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 가운데 최초로 미국 매체들이 꼽은 ‘올해의 게임’에 이름을 올리며 ‘K게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김창한 펍지 대표가 총괄PD를 맡은 작품이다. 15년간 온라인게임 3개를 제작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던 그는 배틀그라운드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서울 서초동 펍지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나인봇(1인용 전동 이동수단)을 타고 나타난 그는 “일하다 보면 여러 직원과 소통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 나인봇을 탄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배틀그라운드를 글로벌 콘텐츠로 발돋움시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업체가 제작한 게임 가운데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처럼 세계인이 지켜보는 인기 e스포츠 종목이 된 작품은 아직 없다”며 “해외에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정착시켜 글로벌 인기 지식재산권(IP)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큰 성공을 거뒀는데 어떤 것이 달라졌습니까.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상황이 굉장히 빨리 변했습니다. 게임을 내놓을 당시 팀원이 총 36명이었는데 이제는 200명가량 됩니다. 지금도 일할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배틀그라운드 이전에는 온라인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3편을 제작했어요. 장르 특성상 한 편 개발하는 데 평균 5년 정도 걸리는데 모두 실패했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그동안 아무도 못한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소수 취향 장르인 배틀로열(여러 명이 투입돼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방식) 게임의 대중화 가능성을 눈여겨봤습니다. 국내엔 배틀로열 게임 이용자 기반이 적다 보니 잠재 이용자가 많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북미시장을 노렸습니다.”

▷한국 업체들에 힘든 시장인 북미에서 성공한 비결이 궁금합니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 최초로 스팀(세계 최대 PC 온라인게임 플랫폼)에서 ‘얼리억세스’ 방식으로 출시했습니다. 얼리억세스는 게임 개발을 마친 뒤 공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개발 초기부터 서비스하면서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얼리억세스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끼리 ‘한국에서 이 게임이 성공하려면 칸에서 상을 타고 돌아올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어요. 결국 북미에서 인정받으면서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개발팀에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배틀그라운드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인재와 같이 만들었어요. 4년간 배틀로열 ‘모드’ 개발자로 일한 브랜든 그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수소문 끝에 영입해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폴란드에서 온 신입 개발자도 잠재력만 보고 영입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글로벌 대박’을 친 거예요. 저는 그들을 조율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죠.”

▷‘더게임어워즈’ 등 해외 유명 게임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보통 수상 목록에 오르는 ‘트리플A’급 게임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짜임새가 있어요.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억세스 방식이어서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죠. 다만 배틀그라운드 수상에 의미가 있다면 그동안 소수 취향 장르로만 인식된 배틀로열 게임을 대중화하면서 업계 종사자와 이용자에게 새로운 생각을 던져줬다는 것 아닐까요. 미국의 유명 게임 전문 매체인 폴리곤은 배틀그라운드를 ‘불완전하면서 완전한 게임(imperfectly perfect)’이라고 평가하면서 10점 만점을 줬어요.”

김창한 펍지 대표는 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위해 사무실에서 개인용 이동수단인 나인봇을 타고 다닌다.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것 같은데요.

“배틀그라운드의 가장 큰 매력은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키울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사람들이 팬덤을 형성하고 방송도 하는 게임은 지난 20년간 찾아보기 쉽지 않았어요. 스타크래프트, 카운터스트라이크, 리그오브레전드, 도타 시리즈, 오버워치 등에 불과합니다. 배틀그라운드를 이 정도급의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화, 만화, 연극 등으로도 나오면서 10년 이상 가는 프랜차이즈 IP로 자리매김시키고 싶어요. 이를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 지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이전에 내놓은 게임은 모두 실패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전 게임들과 차이가 있다면 목표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성공’, 그러니까 돈을 얼마나 벌 것이냐에 목표를 뒀죠. 그랬더니 실패하더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장르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더니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성공은 결과일 뿐이지 목표가 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에 집중해야지 성공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회사 인력이 급증했는데 직원 채용 때 원칙이 있습니까.

“실무 능력이 있다는 전제 아래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회와 비전을 생각할 때 ‘가슴 뛰는 사람’인가 하는 것입니다. 회사와 그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현재 능력이 좋지만 성장성이 없는 직원은 지금 당장 급하게 할 일이 많을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나중에 회사가 더욱 성장했을 때는 못 따라가면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면 조직에도 어려움을 끼칠 우려가 있습니다.”

■ 김창한 대표는
서버기술 전공 KAIST 박사… 배틀그라운드 PD서 대표로


김창한 펍지 대표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산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땄다.

그가 박사과정을 밟을 때 벤처 붐이 일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양재헌 블루홀 고문이 2000년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창업 멤버로 참여하면서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여기서 제작한 게임은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한 서버에 동시 접속해 즐겨야 한다. 원활한 게임 운영을 위해선 많은 이용자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수용할 서버 기술이 필수다. 박사과정에서 서버 관련 기술(분산 시스템)을 배운 그는 전공을 살려 서버 개발을 맡았다.

이후 넥스트플레이, 지노게임즈에 창업 멤버로 참여해 10여 년간 온라인 MMORPG 3편(온라인게임 ‘세피로스’ ‘펀치몬스터’ ‘데빌리언’)을 개발했지만 뚜렷한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실패만 거듭한 개발자였다”고 회상할 정도다.

세 번째 회사인 지노게임즈가 2015년 블루홀에 인수됐다. KAIST 전산학부 1년 선배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블루홀 의장)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블루홀 산하 개발 스튜디오가 된 블루홀지노게임즈에서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는 빅히트를 쳤다. 소수 취향인 ‘배틀로열’ 장르를 선택하면서 기존 총싸움게임에 싫증을 느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개발 단계부터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북미 이용자 입맛에 맞췄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자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가 대성공을 거두자 지난해 10월 조직을 개편했다. 블루홀지노게임즈의 사명을 펍지주식회사로 변경하고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주도한 김창한 총괄 프로듀서를 대표로 선임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히트작을 탄생시킨 그에게 회사가 준 보답이었다.

△2007년 KAIST 전산학과 박사
△2000~2003년 이매직 팀장
△2003~2009년 넥스트플레이 CTO
△2009~2015년 지노게임즈 CTO/개발PD
△2015년 블루홀지노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총괄PD
△2017년 펍지주식회사 대표/총괄PD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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