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의 실패'서 교훈 얻어야

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10% 초과
미국인 10명 중 1명 에너지빈곤층
살인 한파에 '혹독한 겨울' 내몰려

화석연료 감축 옳지만 …

英 빈곤층 에너지 지출비중 10%
부유층은 3% 불과 전력소비 안줄여
성장 속도 낮추려는 시도 대신
대체에너지 가격 인하 노력 필요

비욘 롬보르그 < 코펜하겐 컨센서스센터 대표 >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북동부 지역의 한파로 난방비가 급등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유한 나라의 에너지 빈곤층은 기후 정책 관련 토론에서는 대개 잊혀지지만 선의의 제안에 대해 불공평한 부담을 지고 있다. 얼어붙은 듯한 이 겨울, 에너지와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그 실상이 드러났다.

에너지 빈곤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세계 최빈국의 10억 명 이상이 여전히 전기 부족에 시달리는 것을 상상한다. 이것은 커다란 과제이지만 세계는 빈곤을 줄이고, 전력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빈곤의 눈에 덜 띄는 형태가 존재한다.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비용에 수입의 10%를 지출하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간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3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에너지 빈곤 가정에 살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인이 태양열 집열판과 풍력 터빈으로 값비싼 녹색에너지를 소비하도록 한 기후정책으로 인해 크게 늘어났다.

IEA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한 세계적 규모를 계산하려고 시도했다. IEA는 부유한 국가들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약 2억 명이 에너지 빈곤에 처해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인 10명 중 1명을 포함하는 수치다. IEA는 최대 추정시 미국인 4명 중 1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비용을 내는 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에너지 사용량에 관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빈곤 가정에서 소득의 20% 이상을 에너지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50% 아래인 사람들은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미국의 약 3배 수준인 유럽은 미국의 가능한 미래 에너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엄격한 배출량 제한이나 부담스러운 재생에너지 목표와 같은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빈곤층이 가스와 전기를 구입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독일에서는 인구의 30% 이상이 소득의 최소 10% 이상을 에너지에 쓰고 있다. IEA에 따르면 그리스인의 절반이 에너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타적 호소처럼 보일 수 있다. 요점은 모든 사람이 부담을 지고,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벌어진 일은 이와 다르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끝나기 쉽다.

세계적으로 태양전지판을 세우거나 단열재를 설치하는 주택 소유자에 주는 보조금은 대부분 부자에게로 간다.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혹은 기름값이 급등할 때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추운 집에서 사는 은퇴자나 매일 차로 출근하는 최저임금 근로자를 생각해 보라.
영국의 실질 전기요금은 2006년 이후 36% 상승한 반면, 평균 소득은 4% 오르는 데 그쳤다. 환경론자들은 결과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를 줄인 반면 부유층은 전력 소비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영국에서 소득 하위 10% 계층이 소득을 에너지에 쓰는 비중은 빠르게 상승해 거의 10%에 달한 반면 소득 상위 10%의 지출 비중은 여전히 3% 미만이다.

2014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고령자의 3분의 1은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집을 춥게 유지하고, 3분의 2는 옷을 껴입는다고 한다. 일간지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2014~2015년 영국에서 1만5000명이 겨울에 난방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사망했다.

기후변화는 모든 나라에 있어 정말 어려운 과제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의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유엔 기후변화 패널은 지구온난화가 21세기 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것은 큰 문제지만, 일부 열광적인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아마겟돈(지구종말)’은 아니다.

최고의 거시경제 추정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반영된 에너지 공약을 지킬 경우 성장 둔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전 세계가 연간 약 1조달러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더 가혹한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에너지 비용의 가파른 증가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을 둔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대신 정부는 대체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더 싸고 효율적이 되도록 녹색에너지 연구에 대한 지출을 가속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가난한 사람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

원제=Climate-Change Policies Can Be Punishing for the Poor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비욘 롬보르그 < 코펜하겐 컨센서스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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