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회 무시한 월권행위…원점 재검토할 것" 강력 반발
우원식 "합의 지키는 게 맞아" 제동…민주 일각선 "소신 발언"

여야는 11일 아동수당을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겠다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 도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소득수준 상위 10%를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보편적 복지에 따른 '아동수당 전(全)가구 지급' 방침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아동수당법 제정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동수당은 '보편적 복지'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합의됐고 그 합의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이를 번복하겠다고 하면 국회에서는 앞으로 합의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박 장관을 향해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장관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야당과의 약속을 뒤집을 경우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는데다 향후 원내에서 각종 입법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우 원내대표의 판단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중요한 정책 방향의 변경사항을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먼저 언론에 공개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소득분위별 선별지급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던 한국당은 박 장관의 발언을 "행정부의 월권"이라고 규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복지논란을 또다시 촉발시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또 "한국당은 아동수당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를 존중하기로 했지만, 복지부 장관이 새롭게 논란을 촉발시킨 만큼 제도의 대안이나 개선안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방침대로 여권이 여야 합의를 뒤집겠다고 하면 아직 국회에 계류된 관련 아동수당법 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복지위 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무상보육 지원이 되는 상황에서 3조원의 재원을 아동수당으로 일률지급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늘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를 대체할 정책은 없는지도 아울러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합의한 것을 임의로 정부에서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장관의 구상에 맞춰 예산안 합의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통화에서 "박 장관이 소신 발언을 했다"며 "마땅한 얘기다.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 의원은 "예산안 합의는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타협이었지만, 사실 보편적 복지 원칙을 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아직 당 차원에서 논의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복지위원들 사이에서는 그런 정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분히 토론해보면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복지부의 방침을 토대로 재논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여야는 올해 9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되 지급대상은 '2인 이상 가구 기준 소득수준 90% 이하'로 조정해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이 예산의 근거가 되는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제출해 놓은 아동수당 법안의 수정 여부를 두고 여야 간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여론전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국회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지만, 결국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라면 재고해볼 필요도 있다"면서 "면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