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노사정위원장 "6자 대표 회의서 논의"

간판 내리는 노사정위
20년 노사 대화창구 맡아 노동계 탈퇴·번복 등 파행
양대 노총 빠져 '유명무실'

정부, 노동계에 끌려가나
민노총 요구 사실상 수용… 재계·한국노총도 긍정적
새 '대화체' 구성 속도낼 듯

"노조 입김 더 세지나" 우려도

< 경제현안 간담회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주택시장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재계와 노동계에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진 후 20년간 이어온 ‘노사정위원회’의 간판은 사실상 내리기로 했다. ‘현재 방식의 노사정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노동계에 ‘그럼 판을 바꿀 테니 들어오라’고 강수를 둔 셈이다. 노사정 대화체 복원을 위해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호평과 노동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상전 모시듯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노사정위 간판 내린다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6명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24일 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자 회의에서 앞으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참여단체, 의제, 일정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사회적 대화기구의 첫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기로 했다.

사회적 대화기구 규모는 5자(정부 경총 대한상의 한국노총 민주노총) 방식의 노사정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정규직 등 노동계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사정 대화체에 이들을 대표할 단체가 포함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노동계에서도 참여자 확대를 주장해왔다. 특히 기획재정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의 수장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화기구의 명칭과 조직 구조 등도 기존 노사정위에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어중간한 변화를 택했다간 “간판만 바꿔 달고 참여하라는 것이냐”는 노동계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노사정위는 혼란의 시기에 생겨 대립과 갈등 시기를 거쳐오면서 불신의 이미지를 쌓아왔다”며 “필요하면 노사정위원회법도 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사정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출범해 각종 노동 사안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노동계가 반발해 탈퇴했다가 번복하는 등 파행이 이어졌고 2016년 1월부터는 양대 노총이 모두 빠진 상태다.
◆노사 대화는 복원될 듯

정부가 대화 복원을 위해 노동계 요구를 전폭 수용하면서 일각에선 시작부터 노동계에 끌려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날 문 위원장의 ‘새로운 대화기구’ 제안은 민주노총을 향한 러브콜에 가깝다. 지난달 선출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존 노사정위 참여에는 부정적 입장인 반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와는 이미 의견을 공유했다”며 사실상 이날 제안이 민주노총을 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노총도 (기존 노사정위를 대신해) 새로 구성하는 것이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민주노총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계 단체들과 한국노총이 대표자 회의 참여에 긍정적인 뜻을 밝힌 반면 민주노총은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제안은 정부가 상당한 명분을 준 것이어서 민주노총도 쉽사리 외면하진 못할 것”이라며 “정부나 재계도 해결해야 할 노동 현안이 많은 만큼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들이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 아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노동계의 불만이 있었다”며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노사의 자율적인 의사를 존중하고 사회적 대화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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