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외됐던 상위 10%도 포함… 법 제정 과정서 국회 설득
야당 의원들도 일부는 수긍"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아동수당을 부모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대상자에게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득 상위 10% 가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국회 합의를 뒤집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합의한 것을 정부에서 임의로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소득 상위 10%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아쉽다”며 “아동수당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 수준 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것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올해부터 만 0~5세 아동 1인당 매월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정부는 지난해 국정운영 계획에서 아동수당을 올해 7월부터 지급하기로 하고 1조1000억원의 예산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아동수당이 저출산 해결책보다 선심성 정책에 가깝고 소득이 많은 부모에게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아동수당이 올해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였다. 여야는 결국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고, 지급 시기는 올해 9월로 늦추기로 작년 12월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아동수당 예산은 정부안 대비 4000억원 감액된 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작 아동수당 지급을 위한 근거법인 아동수당법 제정안은 아직 국회에 묶여 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 법안이 수정 없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 박 장관의 계획이다. 박 장관은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을 만나 다시 설명했더니 일부는 수긍했다”며 “2월까지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격론 끝에 국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정부가 다시 뒤집겠다고 나서 더 큰 논란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복지부가 국회 합의에 따라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올초 별도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놓고 한 달 만에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또 다른 대선 공약이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관련해선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며 “오해가 없도록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의사들의 반발에는 “일부 낮은 수가를 올리겠다”고 답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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