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 문화 탓 반복되는 안전사고
관련 제도 국제표준으로 정비하고
정부·공공의 역할도 바로 세워야"

김종훈 < 한미글로벌 회장·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필자는 200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0주기를 맞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 내용을 모아 《삼풍사고 10년 교훈과 과제》라는 책도 발간했다. 필자는 당시 “삼풍의 악몽은 치유됐는가” “우리 주변에서 제2 삼풍사고의 개연성은 완전히 제거됐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안타깝게도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삼풍사고는 잊혀져 관심이 없었고 세미나는 언론과 정부는 물론 건설 관련 주체들에게조차 외면당했다.

당시 연구자와 필자의 결론은 “삼풍사고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맴돌고 있고 제2, 제3의 삼풍사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2015년에도 삼풍사고 20주년을 평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삼풍사고는 502명의 무고한 시민이 생명을 잃고 937명이 부상당한 전대미문의 사고다.

세월호 사고도, 이번 충북 제천 화재사고도 모두 무고한 시민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생명을 잃고 다쳤으며 원인 또한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삼풍사고가 났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는 삼풍사고를 ‘부패에 의한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사’로 규정했다. 삼풍, 세월호, 제천 화재사고의 공통점은 이처럼 건축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운영, 인허가 과정의 총체적 부실에 의한 병리현상이라는 것이다. ‘건축(건설)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는 경구가 있다. 건축주(또는 사업주)의 탐욕, 금전만능, 부패의 사슬, 대충대충, 빨리빨리, 저급의 싸구려 문화 등이 우리 시대의 부정적인 산물이다. 이런 부정적인 산물을 제거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국민의식 개혁운동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우리 사회 대(大)개조와 국민의식 개조 노력은 단기가 아닌, 장기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건설문화를 만들기 위해 먼저 발주자(건축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건설 관련법 어디에도 공공이든 민간이든 발주자 책임조항이 없다. 오직 공급자 책임뿐이다.
건설프로젝트에서는 발주자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발주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영국 등 서구에서는 발주자(건축주) 책임을 엄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제도와 법,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비해야 한다. 관련법을 통폐합해 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설계자, 시공자 등에게는 일벌백계의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과 함께 행정제재를 한다. 법이 무서워서라도 안전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제천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피해를 키운 것은 가연성이 높은 외벽재료를 사용한 데에 있는데, 미국에서는 설계자가 민·형사상 엄청난 책임 추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세 번째로 저급의 싸구려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제값 주고 제대로 시키기’와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하기’를 정착해야 한다. 건설 관련 주체들의 프로의식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과 인증제도 등을 보강하고 기술자가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공공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삼풍과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이 공조직이 사업주와 결탁해 부정부패 고리에 엮이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제천 화재사고는 공공의 묵인이나 결탁 또는 직무유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번 사고가 나면 특별대책을 수립한다며 야단법석을 떨다가 몇 년 지나면 유야무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국민들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형성된 저질, 저급 문화의 확산에 책임이 없지 않은 만큼 이를 반성하고 죄 없이 희생된 이들을 진정으로 애도해야 한다.

김종훈 < 한미글로벌 회장·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