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주혁이 세상을 떠난지 두 달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가운데, 생전 그가 남긴 흔적들이 하나 둘 씩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조근현 감독, 이하 '흥부')는 김주혁의 유작 중 처음으로 개봉하는 영화다. 김주혁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해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9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는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분이 계시다. 바로 김주혁씨다"라는 MC 박경림의 말로 시작됐다. 정우는 '흥부' 팀을 대표해 "주혁이형이 많이 보고싶다"고 짧게 이야기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정진영은 "영화 속에서 주혁이와 사이가 안 좋은 형제라 마음이 착잡하다"며 "주혁이는 영화 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새로운 관점과 설정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담은 스토리 안에 허구를 가미해 흥미를 더할 예정이다.

조근현 감독은 "시나리오가 정말 버라이어티했고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이 있으면서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도 있다. 당시의 공연 등 볼거리를 상상하고 빠져들었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 시대에 백성들이 느낀 고통, 느낀 희망이 지금과 굉장히 흡사하다"며 "이 시대에 흥부 소재를 다시 건드려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정우는 붓 하나로 조선을 들썩이게 한 천재작가 '흥부' 역을 맡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영화 '히말라야', '재심' 등에서 대중을 만나온 그는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정우는 "누구나 다 알고있는 소재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굉장히 새로웠다"며 "그중에서도 캐릭터에 가장 끌렸다. '흥부' 캐릭터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시대 배경이 조선시대라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고 김주혁은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흥부전'의 실제 주인공인 '조혁'을 연기했다. 정진영은 '조혁'의 친형이자 '놀부'의 실제 주인공인 '조항리'역을 맡아 화려한 연기를 펼쳤다.

정진영은 "'흥부'는 욕심 가득한 기득권자 집권세력들 속 백성들이 어떤 희망을 찾아나갈 것인가를 그린다. 우리가 최근 겪은 사회적 흐름과도 겹쳐진다. 지금은 다른 세상이 됐지만"이라며 "'조항리'와 같은 사람들은 지금 대부분 감옥에 가 있다. 연기를 하면서도 그들 중 몇 명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김원해 역시 "불과 1년 전 광화문 촛불집회가 일어났는데, 조선시대에는 많은 분들이 해학과 풍자를 통해 서로 소통하지 않았나 싶다"며 "그 와중에 나는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간 기분이 들 것"이라며 "설에 개봉하니까 가족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하면 확 빠져들 수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흥부'는 '26년'(12), '봄'(14)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로 브라운관을 점령한 백미경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설 연휴인 오는 2월 개봉 예정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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