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6)

스스로 학습하는 '뉴로모픽 칩'
해외 자율주행차 업체와 공급 협의
안정성 높아 국방·의료분야에 활용
올해 100만개 양산·판매 목표

인재 불러 모은 기업문화
하루 30분 책 읽고, 합창하고
R&D 인력 협업 문화 이끌어
대학생 관심 커지고 이직률도 '뚝'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한 인공지능(AI) 반도체 NM500을 소개하며 “세계 경쟁사들보다 약 3년 앞선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네패스(10,900200 1.87%)는 반도체를 외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외부 기기와 연결해주는 반도체 패키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이 회사는 소형 패키지로도 대용량 정보 처리가 가능한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FO-WLP) 기술로 2015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사각 웨이퍼 패널 상태에서 칩을 한번에 패키징하는 패널레벨패키징(PLP)으로 반도체칩을 양산하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기술은 기존 공정보다 한 번에 패키징할 수 있는 칩이 약 20% 많아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올해는 자체 개발한 비메모리반도체인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앞세워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경계의 기본 단위인 뉴런(neuron)처럼 신호를 주고받아 스스로 학습한다고 해서 ‘뉴로모픽 칩’이라는 이름이 붙은 반도체다. 설계를 맡았던 미국 제너럴비전(GV)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올해 약 100만 개의 AI 반도체 칩을 세계시장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업체에 비해 3년 정도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LP 기술과 AI 반도체가 네패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PLP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패키징은 지난해 5월, 뉴로모픽 칩 NM500 생산은 지난해 8월 시작했습니다. 첫 생산이어서 매출은 크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납품사를 찾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합니다. AI 반도체는 우리가 경쟁 업체에 비해 3년 정도 앞서있습니다. 향후 기술적인 로드맵에 따른 연구개발(R&D)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뉴로모픽 칩은 올해 100만 개 생산, 판매가 목표입니다.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해외 자동차업체 및 반도체 장비 자동화를 검토하는 업체들과 칩 공급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PLP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칩은 작년 하반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스마트폰에 활용하기로 협의해 오는 3월부터 계약 물량을 생산합니다. 이 계약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자동차시장에서는 벤츠, BMW, 폭스바겐 등에 제품을 공급해 왔지만 스마트폰시장에선 대형 회사와의 계약이 적어 시장 신뢰를 얻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AI 반도체는 어떤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까.

“안전과 보안에 관련된 분야입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만 하더라도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으로 AI를 구현하면 서버에 오류가 나거나 네트워크 연결이 끊겼을 때 사고가 날 위험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칩은 네트워크가 끊겼을 때도 상황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안정성이 높습니다. 의료, 국방 등의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두 분야는 해킹 등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빅데이터화가 더딘 분야입니다. 칩을 활용하면 직접 손상을 가하지 않는 이상 서버를 통해서는 해킹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분야 업체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활발히 협의 중입니다. AI 반도체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사용 범위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습니다. 뉴모로픽 칩은 휴대용저장장치(USB)처럼 컴퓨터에 꽂은 뒤 학습을 시킵니다. 예컨대 사람이 있을 때만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센서와 결합해 활용하고 싶다면 사람과 동물 등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간단히 학습시킨 뒤 컴퓨터에서 꺼내 센서에 붙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고양이 강아지가 움직여도 문이 열리지 않는 센서가 되는 거지요.”

▷독특한 협업문화가 네패스 기술력의 바탕이라고 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 세계 경쟁사들에 비해 3년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R&D 인력들이 협력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인력들은 업무처리가 정확하지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협업을 도울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하루에 3가지 좋은 일을 나누고, 하루에 30분 책을 읽고, 하루에 7가지 감사하고 3곡 이상 노래하자는 ‘337라이프’가 대표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나요.

“우리 회사는 아침마다 사업장 대회의실, 강당 등에 모여 40분간 합창을 하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직원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SES의 ‘달리기’ 같은 대중가요부터 팝송, 오페라 주제가 등 다양한 노래를 부릅니다. 자체 앱(응용프로그램) ‘마법노트’를 개발해 직원들이 하루 7개의 감사노트를 쓰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정해 임직원이 함께 읽고 독후감을 올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저도 임직원들과 함께 《코리아트렌드 2018》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문화가 성과로 이어졌습니까.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직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런 기업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입니다. 본사가 충북 청주에 있고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이라 이전까지는 입사 지원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기업 문화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유수 대학 졸업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지원율이 올라갔습니다. 이직률도 낮아졌어요. 전사에서 마법노트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이 디스플레이사업부 장비팀인데요. 2조 2교대로 작업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마법노트가 직원들이 똘똘 뭉쳐 일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덕분에 이 팀의 2013년 이후 이직률은 0%입니다.”

▷기술을 가진 고학력자들의 기술창업이 부진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창업의욕을 북돋우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봅니까.

“근본적으로는 기업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창업을 해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성공한 뒤에도 기업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든 공로는 가려집니다. 이 부분이 창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창업 후 그만한 보상이 창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워도 일정 수익을 창출하기 전까지는 수익 대부분이 벤처캐피털회사에 돌아갑니다. 회사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 이병구 회장은

반도체산업 '40년 한우물'…'감사 경영'으로 협업 이끌어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올해 만 72세(1946년생)인 ‘개띠 경영인’이다. 금성전자(LG전자 전신)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40년간 반도체산업에 몸담고 있다.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1990년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기 직전까지 반도체사업부 생산기술센터장으로 일했을 만큼 12년간 회사를 다니며 기술 전문성을 키웠다.

네패스는 초기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지금은 주력이 된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는 창업 10년 뒤인 2000년부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99년 상장으로 자금 여유가 생긴 뒤다. 당시 대만 업체들이 반도체 후공정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제대로 된 국내 업체가 있으면 한국 대기업들이 거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후공정 업체 지원과 육성에 적극적이던 싱가포르에 가서 기술을 개발했다.

네패스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웨이퍼레벨패키징(WLP) 기술과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FO-WLP)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퍼 상태에서 반도체를 직접 패키징하는 기술로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작은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공정이 정교해 작고 가벼운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유리한 이 기술은 스마트폰 확산 등 정보기술(IT)산업이 발전하며 호평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공장 가동률이 30%로 떨어졌을 때도 구조조정 없이 버틴 일화가 유명하다. 직원 간 협업을 돕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함께 일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2016년에는 이런 생각을 담아 《경영은 관계다-그래티튜드(감사) 경영》이라는 책도 펴냈다.

△1978년 경남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78년 금성전자 입사 △1991년 네패스 창업 △1998년 10월 벤처기업대상(산업자원부 장관상) △2006년 10월 벤처기업대상(은탑산업훈장) △2007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 회장 △2013년 2월 충북경제포럼 회장 △2015년 월드클래스 300 부회장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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