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에서 예상대로 한국 자동차 시장의 추가 개방 문제를 들고나왔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개선을 요구하면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논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첫 협상에서부터 ‘한국 정부의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한국 대표단이 스스로 약점을 내보임에 따라 향후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기’다.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확인한 미국은 FTA 개정 협상에서 더 많은 실리를 얻기 위해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으로선 레드라인으로 정한 농·축산업을 지키려면 자동차와 철강 등 다른 분야에서 큰 폭의 양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상 전문가들이 “농·축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는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 같은 통상협상의 생리를 감안한 것이다.

농민단체 등은 미국 중국 등과 FTA 협상을 할 때마다 ‘농업 황폐화’ 주장을 앞세워 시장 개방을 반대하면서 각종 보조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1995~2015년 농가에 지급된 총 보조금이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있다. 그러나 개방을 외면한 채 정부의 보호와 지원에만 안주하다보니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은 줄곧 바닥이다. 수출과 개방,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농업의 산업화를 이룬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과는 정반대다. 최근 일본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장려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농업 부문의 희생이 우리나라 산업화의 토대가 됐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농업을 언제까지나 보호만 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시장 빗장을 걸어잠근 채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농업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계기로 ‘농·축산업 보호 울타리’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제대로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산업화를 위한 로드맵도 짜야 할 것이다. 보호 일변도의 농업 정책을 마냥 끌고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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