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의지 강한 트럼프
20여년간 미국 농락한 북한 불신
적당히 얼버무리는 해법 용납 안해

한·미 FTA 개정협상 오래 걸릴 것
투자·일자리 등으로 시야 넓혀 논의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도 큰 이슈
‘킹 메이커’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74)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5일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에 있는 깅리치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북한 핵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미국 주식시장 거품 논쟁,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와 2020년 대통령선거 전망 등 복잡한 이슈에 대해 명쾌하고 통찰력 있는 견해와 전망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2016년 대통령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그다.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가장 훌륭한 성공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한·미동맹과 관련, “한국은 빈곤 탈출, 독재로부터 근대화, 민주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낸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훌륭한 성공모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경외하고 한국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무역 불균형 문제 등) 교역관계뿐 아니라 투자와 일자리 등으로 시야를 넓혀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그가 미국을 갖고 놀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합니다. 전통적으로 그래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딜(거래)’을 원합니다. 대화 자체를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정확히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이후) 23년간 북한과의 그런 협상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알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해법 대신 대안을 찾고, 적당히 얼버무리는 대화는 사절이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딜은 어떤 것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미국 동맹국들의 도움으로 북한을 거세게 압박하면 김정은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그 대가로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불가침(不可侵·non-aggression)’을 약속받는 협정을 맺길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협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아요.”

박수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이 만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가운데)과 부인 칼리스타 깅리치 바티칸 주재 미국 대사(왼쪽).

▷한국 정부는 대화부터 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분명히 말해줄 게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동맹이자 훌륭한 성공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빈곤과 독재 그리고 근대화, 민주화에 이르는 성공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공격적인 언론자유도 허용하는, 선진화된 민주국가입니다. 중국이 향후 50년을 계획하면서 이런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따른다면 정말 얼마나 근사할까 상상해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매우 경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두 나라가 이견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훌륭한 가족이라도 말다툼은 하고 살지 않나요. 북한이라는 ‘폭탄’을 안고 사는 한국의 깊은 근심을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미국이 모른 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터프함과 한국 정부의 합리성은 북핵을 다루는 데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이 북핵 해결을 진심으로 도울 것으로 믿습니까.

“미국의 압박으로 대북 제재에 시늉만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북핵 해결을 도우면 미국의 통상압박을 덜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협조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중국 정부)의 생각이 지방까지 그대로 전달돼 이행되는 시스템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원유를 판매하는 중국 지방정부는 베이징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독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미 정부 내에는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수많은 인재가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원하는 목표를 얻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하겠다고 나섰을 때 매우 흥분했습니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봐요. 그의 첫 임기 내에 북핵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입니다.”

▷개정 협상이 시작된 한·미 FTA가 불공정하다고 봅니까.

“한·미 FTA가 나쁜 딜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좀 더 좋은 협상이 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서로 자국 이익을 주장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협상 타결까진 오래 걸릴 것입니다.”

▷미국은 무역적자 감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비스 분야(미국은 한국에 대해 서비스 분야에서 연간 10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내고 있다)까지 감안하면 양국 무역관계는 상당히 균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를 교역뿐 아니라 투자와 일자리까지 확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역사적 감세와 규제 완화 등으로 새로운 투자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면 한국에도 좋고 미국에도 좋을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자동차와 철강 수출 확대 외에 어떤 것을 원하고 있습니까.

“인천 송도 지역에 수십억달러짜리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약에 대한 해석이 바뀐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의 성공적인 투자를 막는 왜곡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재협상 이슈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 거품이 끼였고, 터지기 직전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요즘 미국 기업인들이 차 범퍼에 ‘트럼프는 곧 비즈니스다’라고 써붙이고 다닌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을 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친(親)기업적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감세와 규제 완화, 충만해진 기업가 정신 그리고 백악관에 있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호재가 합해져 연 4~4.5% 경제가 성장하는 새로운 궤도를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8%였습니다. 다들 ‘뉴노멀(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일상화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지금 누가 그런 얘길 하나요. 미국은 연 4%대 성장의 ‘올드 노멀’로 돌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유권자들이 지난해 감세 법안에 한 표도 보태지 않은 민주당을 심판하게 될 것입니다. 상원에선 공화당(현재 100석 중 51석)이 4~6석을 더 얻고, 하원(435석 중 241석)에서 10석이 줄거나 늘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 특별검사 활동은 올 연말 아무 소득 없이 종료될 것으로 봅니다. (신간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을 비난해 문제가 되고 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은 기괴한 사람입니다. 기괴하니 잘 알려지고, 잘 알려지니 돈을 법니다. 로버트 뮬러(특검)나 배넌은 모두 조용히 사라질 사람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핵입니다. 전쟁만 없다면 미국은 앞으로 4%대, 5%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수반하지 않는 북핵 해결이 꼭 필요한 이유예요. 북핵만 잘 해결되면 높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압승할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습니까.

“아버지(로버트 깅리치)가 1950년대에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습니다. 나도 하원의장 시절까지 포함해 세 번 한국에 갔습니다. 4년 전엔 아내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갈 때마다 한국의 발전 속도에 놀랐습니다.”

깅리치 前 하원의장은

거의 매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최측근이다. 부인은 지난해 12월 바티칸 주재 미국대사로 부임한 칼리스타 깅리치다.

2016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 선거캠프 고문으로 활동했다. 부통령 러닝메이트와 백악관 비서실장, 국무장관 후보 등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현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외곽에서 책 저술과 칼럼 게재, 강연, 방송활동 등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보수 성향 정치인이다. 1994년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복지 개혁, 의원 임기 제한, 균형예산, 형법 강화 등을 담은 ‘미국과의 계약’ 공약을 주도했다. 덕분에 공화당은 40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듬해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지만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다 역풍을 맞아 물러났다.

● 약력

△1943년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 출생 △1965년 미 에머리대 졸업(역사학) △1968년 툴레인대 경영학석사 △1978년 연방하원의원 당선 △1989년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 △1995년 하원의장 △1999년 깅리치그룹(컨설팅업체) 설립 △2016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캠프 고문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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