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설지연 기자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연말 네티즌들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가 올해 서울 집값이 12% 오를 것으로 예상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이 내용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물론 일부 다른 언론까지 나서 “터무니 없다”고 공격했다. 다른 연구기관들이 하나 같이 보합 내지 강보합 정도를 예측한 상황이라 네티즌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부 언론은 칼럼까지 동원해 “근거도 부족한 전망으로 집값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이 이 애널리스트의 신변 안전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강남 집값이 폭등세다. 일주일에 5천만~1억원 오른 단지가 수두룩하다. 폭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보합 또는 강보합을 전망한 다른 기관의 예측치는 일주일 앞도 못 내다본 셈이 됐다. 현재까진 이 애널리스트가 가장 정확하게 올해 시장을 예측을 한 셈이다. 그를 만나 12% 상승을 예측한 근거를 들어봤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설지연 기자

▷지난해 말 발간한 ‘2018년 주택·건설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5%, 서울은 1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기관 보고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승률 전망치다.

“간단하게 묻고 싶다. 작년 한 해 집값이 얼마나 올랐을까. KB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6147만원이다. 2016년 12월(5억9670만원) 대비 10.9% 올랐다. 전국 기준으론 작년 말 아파트 평균값이 3억3441만원으로 2016년(3억1801만원) 대비 5.1% 높다. 개별단지 별로는 15~30% 오른 단지도 수두룩하다. 수급여건, 대내외 변수 등을 고려해 그냥 작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예상했을 뿐이다.”

▷집값이 특히 많이 오른 곳의 특징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강북권 아파트가 8.4%, 강남권이 12.2% 올랐다. 강북에선 마포, 성동구 옥수·금호동 등 새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선 곳들이 많이 뛰었다. 강남권에선 30% 안팎으로 오른 곳이 널려있다. GBC 호재로 2호선 삼성역 인근이 급등했다. 반면 서울에서도 동북권은 거의 안 올랐다.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직주근접 △톱 브랜드△대단지 △역세권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특히 출퇴근이 편해야 한다. ‘경희궁자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래미안옥수리버젠’ 등이 많은 오른 것도 직주근접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강남이라고 해서 다 오르는 게 아니다. 입지가 애매하고 준공된지 오래된 아파트는 상승폭이 미미하다. 결국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의 아파트만 많이 올랐다.”

▷올해도 서울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근거는.

“수급 불일치가 가장 큰 요인이다. 서울 주택 수요는 줄지 않는다. 인구는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지만 세대수는 등락이 있어도 2011년 이후 대체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2인 가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택 수요는 유지되고 있는 중이란 얘기다. 최근엔 내수 경기까지 좋아져 구매력이 올라갔다.
반면 공급은 늘지 않는다. 실수요자가 정말 거주하고 싶어하는 아파트가 부족하다. 집들은 점점 낡아가고 있고 새집 선호현상은 강해지고 있다. 시장에서 원하는 주택과 시장에 존재하는 주택의 수준차이가 크다. 19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집과 지금 아파트는 전혀 다른 재화다. 대부분 아파트가 1980~1990년대 지어진 점을 감안해보면 시장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주택은 지극히 부족하다. 미래 준비보다 현재의 안락함을 우선시하는 젊은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 조차 새집을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니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설지연 기자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입주물량이 풍부해 서울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 폭탄은 특정 지역, 특정 단지에 한정된 이슈다. 동탄2신도시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한다고 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SRT동탄역 역세권, 시범단지 인근은 미분양 물량이 제로다. 최근 청약 결과만 봐도 입지가 좋다고 평가 받는 ‘동탄역 롯데캐슬’(평균 77.5 대 1) ‘동탄역 파라곤’(평균 19.7 대 1) 등에 수요자가 몰렸다. 반면 입지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은 대거 미달됐다. 같은 동네에서도 입지에 따라 이처럼 차이가 난다.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공급량 하나로 놓고 보기 힘든 이유다.

설령 일시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 집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오를 만한 지역은 다시 오르게 돼 있다. 2007~2008년 서울 잠실에서도 재건축 아파트가 한꺼번에 입주하자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폭락했다. 지금은 어떤가. 입주물량이 몰릴 때가 매수 타이밍인 지역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설지연 기자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주거복지로드맵도 집값에 악재라는 지적도 있다. 연간 20만 가구씩 5년간 100만 가구가 공급된다.

“대부분 임대주택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민간분양 확대를 위해 추가로 택지지구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충분한 물량이 아니다. 입지도 강남 수요를 분산하기엔 미흡하다.”

▷작년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원앤원북스)에서 당분간 서울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어떤 자산이든 과열상태가 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또 과열상태라 하더라도 수급이 맞지 않으면, 즉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주택시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전혀 과열된 상태가 아니다. 향후 수년간 공급보다 수요가 더 강한 시장이다. 당분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아주 높다. 지난 10년간 미뤄뒀던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강남, 서초, 송파 등 1970~1980년대 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재건축 대상이다. 경기도에서 지어진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들의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그칠 이슈가 아니다. 고도 성장기에 임시방편으로 건축됐던 아파트들이 이제 그 수명을 다 하게 된 것이다. 대규모 멸실, 새집선호 현상 등을 고려해본다면 당분간 수도권 주택 가격은 부진할 수가 없다”

▷올해 집값이 상고하저 현상을 보이면 이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겠지만 결국 우상향할 것이다. 나도 집값이 더 안올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이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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