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재판서 차례로 증언…조원동 "朴, 이미경 물러나란 취지로 말해"
손경식 "VIP가 이미경 경영 손떼라 들어…정권에 잘 못 보였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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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이를 CJ 손경식 회장에게 'VIP(대통령) 뜻'이라며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에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의 말을 듣고 "정권에 잘못 보여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조 전 수석과 손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손 회장과 조 전 수석이 2013년 7월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미경 퇴진'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만남에 대해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돼 공백이 있지 않으냐"며 운을 뗀 후 "난국에는 손 회장처럼 경험 있으신 분이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상공회의소 일은 접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또 이런 만남 배경으로 하루 전인 4일 박 전 대통령이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CJ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사퇴를 지시하는 것이라고 짐작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VIP'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이날 조 전 수석으로부터 'VIP 뜻'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이 'VIP 뜻이니 이미경 부회장을 경영에서 손 떼게 하라'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조 전 수석이 VIP를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았나"고 "그렇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퇴진 요구 지시를 듣고 '우리 CJ가 정권에 잘못 보이게 됐구나. 큰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후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조 전 수석은 이 통화에서는 'VIP 뜻'이란 점을 언급했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당시 '회장님 너무 늦으면 저희가 진짜 난리 납니다',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필요하냐',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손 회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손 회장은 당시 통화와 관련해 "만약 이 부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CJ에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행보도 이어갔다는 증언도 내놨다.

손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성향에 맞는 영화 배급에 주력하기로 했나"는 질문에 "네, 애국적인 영화를 많이 만드는 방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각종 코미디 프로도 폐지했나"라고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CJ는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거래위 조사 등을 받았다. 손 회장은 그 경위에 이 부회장의 퇴진 요구가 있는지 묻자 "잘못하면 억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2014년 11월 28일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에서 'CJ가 좌파적 성향을 보인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진술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 역시 자신이 손 회장과 통화에서 '대통령 뜻'이라는 점을 언급한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CJ는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는 질책을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CJ 건에 관해 물었다"고 확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질책하는 것으로 이해했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증언을 반박했다. 이 부회장이 CJ를 잘 이끌어갈지 우려한 것이지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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