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국경제학회

미국경제학회 첫날 세션… 트럼프 경제정책 1년 평가

도미니크 살바토레 포덤대 교수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세계 경제 성장 느리게 만들 것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감세로 투자 확대 단기에 그칠 것… 장기적으론 재정적자 늘어날 수도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트럼프, 무역을 부동산 거래처럼 다뤄… 세계 경제·미국 리더십 흔들고 있어

지난 5일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의 ‘트럼프 경제정책 1년 평가’ 세션에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토론자로는 도미니크 살바토레 포덤대 교수(토론석 왼쪽부터),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현석 특파원

“미국의 경기 회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무관하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200년 된 무역이론을 무시하고 세계 무역질서와 미국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에서 지난 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열린 2018 미국경제학회(AEA)의 대표세션 ‘트럼프 경제정책 1년 평가’에서 이 같은 날 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래리 서머스 교수(전 재무장관·전 하버드대 총장),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경제학회장(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전 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석학들이 패널로 참석해 미국의 무역, 세제, 증시 등을 분야별로 진단했다.

◆“무역이론 무시한 美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정부는 지난 1년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무력화에도 나섰다.

서머스 교수는 “NAFTA와 WTO, 한·미 FTA 등은 예외 없이 이들 나라의 관세를 낮춰 미국 상품 진출을 도왔다”며 “중상주의라면서 이런 걸 다 포기하면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올라가고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관세를 낮추고 수입쿼터를 없앤 만큼 다른 나라의 문을 여는 무역협정은 미국에 이익이라는 얘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은 200년간 이어져온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을 무시하고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가정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회성 부동산 거래처럼 무역협상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국제무역 룰을 개선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예 파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는 미국의 리더십과 소프트파워를 갉아먹고 중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는 결국 무역적자를 늘리고 미국인 삶의 수준만 낮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세션 사회를 본 도미니크 살바토레 포덤대 교수도 “보호주의는 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 성장을 느리게 만들 것”이라고 거들었다.

◆“경기·증시 호황은 트럼프 덕 아냐”

지난 4일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25,000선을 돌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임기 동안 25,00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취임한 지 11개월밖에 안 됐다”며 “새로운 목표는 30,000”이라고 밝혔다.

블랑샤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S&P500지수 기준으로 22.4% 올랐다”면서도 “이 중 12%포인트는 기업이익 증가에 따른 것인데, 이익 증가의 절반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5%포인트는 감세효과 기대, 나머지 5%포인트는 규제완화 기대로 분석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경기 회복은 트럼프 정책과 무관한 글로벌 트렌드”라며 “지난해 미국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한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하면 상승 폭이 작은 편”이라고 가세했다.

◆“감세정책은 재정적자 늘릴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펠프스 교수는 “세제개편에 따른 투자 확대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재정적자를 급격히 늘리고, 재정건전성 악화 공포를 키워 오히려 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투자가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등에 투입되면 임금 상승과 채용 등엔 나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머스 교수도 감세정책이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금의 경기 확장세가 곧 끝날 것으로 본다”며 “재정적자 증가는 앞으로 (경기침체 시) 지출 확대를 가로막아 트럼프 정부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랑샤르 회장은 “감세는 더 많은 투자와 높은 성장률을 가져온다고 하지만 높은 금리도 불러온다”며 “감세 효과는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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