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학대와 폭력으로 준희양 지난해 4월 26일 사망, 군산에 암매장
친부와 내연녀 범행 숨기려 거짓 실종 신고, 28일 만에 밝혀진 사건 전모

바다같이 널따란 부모 품에 안겨 한참 어리광을 부릴 나이 다섯 살.
사랑만 받아도 모자랄 그 아이에게 친아버지는 달콤한 간식과 알록달록 장난감 대신, 욕설과 발길질을 일삼았다.

고준희양은 거듭되는 아버지와 내연녀 학대에 시달리다 다섯 살 생일상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비정한 아버지는 딸의 안타까운 죽음을 외면하고 묘비도 없는 차디찬 땅속에 그대로 시신을 파묻었다.

세상에 드러난 다섯 살 준희양 죽음은 친부를 향한 "야 이 살인자야"라는 거센 분노로 되돌아왔다.

◇ 버림받은 준희…악몽 같던 3개월
준희양은 지난해 1월 29일 친어머니 품을 떠나 아버지 고모(37)씨 손에 의해 길러졌다.

고씨가 살던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는 이미 내연녀 이모(36)씨와 그의 아들(6)이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친부는 자신이 낳은 준희양보다 내연녀를 더 아꼈다.

준희양이 이씨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30㎝ 철자를 들어 딸을 매질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준희양이 끼니를 거르자, 고씨는 약을 주는 대신 '왜 말을 안 들어'라며 딸의 발목을 밟았다.

거듭된 폭행에 준희양은 지난해 4월부터는 스스로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다.

바닥을 기어 다니며 울부짖는 게 준희양의 하루하루였다.

비정한 친부는 지난 4월 25일 바닥을 기는 준희양을 무참히 발로 짓밟아 끝내 숨지게 했다.

그리고 딸의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내연녀 어머니 김모(62)씨와 함께 군산 한 야산에 파묻었다.

◇ 거짓 신고에 드러난 사건 전모…딸 죽음을 숨긴 아버지
시신과 함께 영원히 묻힐 것 같던 준희양 죽음은 우연한 계기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준희양이 숨진 지 227일 만인 지난해 12월 8일 경찰서를 찾아 "딸이 사라졌다"고 거짓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실종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고씨 등 가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고씨는 "준희를 땅속에 묻었다"며 시신 유기와 학대를 털어놨다.

내연녀 이씨와 그의 어머니 김씨도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준희양 시신 유기에 가담한 사실을 실토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군산 한 야산에 묻힌 준희양 시신을 수습했다.

아버지가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 전모가 알려지자, 전국은 분노로 들끓었다.

◇ '준희야 못 꺼내줘서 미안해'…북받치는 안타까움
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 현장검증이 진행된 지난 4일 완주군 봉동읍 아파트에 친부 고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쌓인 분노를 내뱉었다.

현장검증 동안 '야 이 살인자야', '짐승보다 못한….'이라는 욕설이 아파트 단지에서 터져 나왔다.

'준희 불쌍해서 어떻게 해', '네 딸 왜 때렸어. 왜 죽였어.' 라는 안타까운 탄식도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준희양이 친부에게 짓밟혀 숨진 아파트 현관에는 메모가 붙은 과자와 국화꽃이 놓였다.

메모에 쓰인 절절한 안타까움은 현장검증을 취재한 기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준희야 이모가 꺼내주지 못해서 미안해...미안해...하늘에선 괴롭고 외로운 거, 아프고 무서운 거 그런 거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 인면수심 친부…결국 법의 심판대로
경찰은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시신 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영유아 보육법 위반 등 혐의로 5일 검찰에 송치했다.

고씨와 준희양 시신을 함께 유기해 구속된 김씨도 이와 비슷한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수사 경위 등을 발표했다.

친부 고씨가 숨진 준희양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양육수당을 타낸 것과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떠난 정황 등도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

준희양이 고씨의 거듭된 폭행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간 부검 소견도 나왔다.

경찰은 정식 부검 결과는 아니지만,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한 준희양이 외부 충격으로 장기가 손상돼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을 담당한 김영근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발표 도중 "안타깝게 사망한 피해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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