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4)
대담=조일훈 산업부장

탈원전으로 매출 줄어들지만
세계 원전 추진·발주량 160기 달해
원전 없는 국가들도 앞다퉈 건설
원전 수출 확대에 절호의 기회 온 것

정부가 나서 발주국가 신뢰 얻고
대기업-중소기업 협력망 유지 지원해야

LNG·풍력발전 새 먹거리로
LNG발전 가스터빈 연내 시제품 출시
2025년부터 해외 수출 적극 추진
수출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

정지택 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고온의 쇳덩어리를 프레스로 성형하는 단조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내 최대 발전 기자재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脫)원전, 탈석탄’ 에너지 정책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의 15%,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원자력발전사업 기자재 납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공사의 중단과 재개 결정이 교차할 때마다 주가가 요동친 것이 그 민감성을 잘 보여준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관련 매출과 수주가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원전 수출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쪽에서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9월까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터빈 독자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며 “올해 안에 시제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 기업이 독식해온 가스터빈을 독자 기술로 처음 제작하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관련 매출 감소를 메우면서 LNG 발전 기자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그는 탈원전의 속도 조절과 함께 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원전 수출강국으로 나아가려면 1·2차 협력업체에서 기자재업체로 이어지는 촘촘한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 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2012년 21조원이던 매출(연결 기준)이 2014년 16조원, 2016년 12조원 등으로 떨어졌습니다. 2012년 이후 해외 발전 수주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발전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주가 급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는데요, 걱정이 많겠습니다.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 원전에 들어가는 핵심 구성품을 제조합니다. 내수와 수출 비중은 각각 50%죠. 연간 매출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입니다. 하지만 원전의 영업이익률이 꽤 높기 때문에 회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국내에서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하니 당장 올해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 겁니다.”

▷원전 수출을 확대해 만회할 수는 없습니까.

“자국에서 짓지 않기로 한 원전을 수출한다고 할 때 과연 어떤 나라가 우호적으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죠.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아레바 등 한때 세계 최고이던 원전 기업들이 맥을 못 추는 이유도 자국에서 원전 건설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수많은 협력업체의 서플라이체인이 무너진 것이죠.”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세계 최고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미국도 우리가 제작한 원자로를 쓰고 있죠. 우리는 한국형 독자 원전 모델인 ‘APR1400’에 이어 차세대 모델 ‘APR+’(1500㎿급)도 개발했습니다. 해외 경쟁사들이 추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선 기술입니다. 국내 1200여 개 원전 협력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동안 부품 설비 자재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원전 수출시장은 어느 정도입니까.

“‘원전 르네상스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원전 건설을 중단한 국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원전 수출 확대에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죠.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세계에 건설 중인 원전은 59기, 이미 발주했거나 계획 중인 원전만 160기에 이릅니다. 30년간 세계 원전 시장 규모는 600조원대로 추산됩니다.”

▷원전 수출을 확대하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국내 서플라이체인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강력한 수출 지원책을 약속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또 원전을 수출하려면 정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기자재업체, 건설업체, 금융회사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2009년 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따낼 수 있었던 것도 UAE에서 제기한 원전 관련 교육과 시설투자, 환경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요구를 하나의 패키지로 해결해줬기 때문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에서도 원전 수출 대상국에 대한 금융 규제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와 한도 등 신흥국에 대한 금융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원전 수출이 막히는 사례가 많았거든요.”

▷매출구조를 보면 석탄발전 기자재 비중(40%)이 가장 높은데,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는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

“미세먼지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LNG복합발전소 건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스팀터빈과 보일러 등 핵심 기자재는 두산중공업이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LNG발전소는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이 모두 외국산입니다. 1000㎿ 발전소 한 개를 짓는 데 외국 업체에 지급하는 가스터빈 구매비용만 1800억원에 달합니다. 우리도 오래전부터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13년엔 이탈리아 발전업체 안살도를 인수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이탈리아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2014년부터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언제쯤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올해 말 시제품을 낸 뒤 내년 9월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에서 실증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는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스터빈 외에 성장동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2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왔습니다. 창원 공장은 디지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 설계 공정을 3D, 4D 형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국내 풍력발전시장 규모는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21년께 2조6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입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풍력발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수혜를 볼 것입니다. 국내 서남해와 제주도 등에서 수주 실적을 쌓은 뒤 동남아에 다른 발전설비와 함께 패키지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직과 기업경영을 모두 경험했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25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스스로 대단한 애국자라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간에 나와 보니 수출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민간기업이 사익만 추구한다고 오해받을 때도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사회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지택 부회장은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
해외 영업 '진두지휘'
18兆 수주 성과 이끌어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행정과 기업경영에 두루 밝고 업무 추진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경 두산그룹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으며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장병완 국민의당 국회의원,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과는 행시 동기로 가까운 사이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정거래실 물가정책과, 기획예산처에서 예산관리국 등을 거쳤다. 장래가 촉망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발발로 존경하던 강경식 전 부총리와 김인호 전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속되는 것을 보고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2000년 7월 중앙종금 부회장을 거쳐 2001년 당시 박용만 (주)두산 회장(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제안으로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주)두산 테크팩BG 사장, 두산산업개발 사장, 두산건설 부회장 등을 맡으며 주요 계열사의 체질개선 작업을 주도했다. 2008년에 두산중공업으로 옮겨 해외영업을 총괄했다. 18조원 규모인 두산중공업 수주잔액의 상당액은 그가 해외에서 발로 뛰며 땀으로 일군 성과라는 평가다.

그의 부친은 농림부 장관과 신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고(故) 정운갑 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친동생이다.

△1950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5년 행정고시 17회 합격 △1999년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 △2001년 네오플럭스캐피탈 사장 △2003년 두산테크팩 사장 △2006년 두산건설 사장 △2008년 두산중공업 부회장 △2009년~현재 제18, 19, 20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정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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