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이 SUV를 향하고 있다. 세단의 편리함과 오프로더의 실용성을 융합한 차가 각광받고 있어서다. 그러나 편리함과 실용성을 떠올리면 MPV도 빠질 수 없다. 낮은 지상고, 좌석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건 SUV가 갖추지 못한 장점이다. 그래서 SUV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분명 MPV의 자리도 있는 셈이다.

혼다 오딧세이는 1994년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워 온 가족형 MPV다. 2000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했으며, 최근 5년동안 연평균 12만 대 이상 출고했다. 국내엔 2012년 4세대가 선보인 이후 비즈니스 의전차를 표방하는 토요타 시에나와 함께 가솔린 MPV 양자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5세대가 들어온 오딧세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디자인&상품성
혼다는 예전부터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지향해 왔다. 첨단 기술을 강조하기 좋은 형태인 데다 질리지 않아서다. 새 오딧세이 역시 반듯한 형태와 구형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전면부는 혼다 엠블럼과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 램프 위를 덮은 날개 모양의 크롬 바가 시선을 모은다. 램프를 가득 채운 LED 구성이 이채롭지만 얼굴의 단조로움을 모두 상쇄하진 못한다.

차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측면부는 큰 틀에서 기존 MPV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안을 이루는 요소들은 파격적이다. 쿠페에서나 볼 수 있는 과감한 캐릭터라인을 파냈고, 선을 따라가는 창틀의 흐름도 범상치 않다. 지붕이 떠 있는 듯한 D필러 처리도 눈에 띈다. RV의 상징인 루프랙이 없는 점은 아쉽다.

후면부는 MPV보다 왜건에 가까운 모양이다. 트렁크 패널을 가로지르는 크롬 바와 수평형 테일 램프 등의 디자인 요소를 통해 차체가 낮고 넓게 보이도록 해서다. 측면까지 감싼 스포일러는 차체를 빠져나간 공기의 와류를 줄이는 데 한 몫 한다.








실내는 2+3+3의 8인승 구성이다. 앞좌석 공간은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로 꾸몄으며, 소재를 고급화한 흔적이 역력하다. 디지털 계기판은 속도, 변속을 중심으로 하며 엔진회전수는 상단에 그래프식으로 구현했다. 센터페시아 패널은 기계적인 이미지와 사람의 얼굴을 본뜬 느낌으로, 건담의 얼굴이 연상된다. 안드로이드 기기 연결이 가능한 AV 시스템은 터치스크린 내 인포테인먼트에 내장했다. 에어컨, 히터의 공조장치 제어부와 통풍·열선시트, 변속버튼, 주행모드 등의 조작부로 구분했다. 대시보드는 야간엔 야경 못지 않은 분위기의 엠비언트 라이트를 지원한다. 시트 패턴은 간결하게 마감했다.

오딧세이는 탑승자 간 소통에 주력했다. 먼저 '캐빈워치'는 뒷좌석의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준다. 기존 컨버세이션 룸미러의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2·3열을 모두 커버한다. 캐빈토크는 마이크, 스피커를 활용해 앞·뒷좌석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2열 천장에 장착한 10.2인치 모니터는 블루레이, DVD, HDMI, USB를 활용할 수 있지만 다소 작아 보인다.

독립식 2열 좌석은 앞뒤는 물론 좌우 슬라이드가 가능하며, 가운데 좌석은 탈착할 수 있어 다양한 실내 구성에 일조한다. 3열 좌석은 시거잭, 수동 블라인드, 컵홀더 등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창틀을 깎아내린 디자인 덕분에 시야도 좋다. 헤드룸은 넉넉하며 등받이 기울기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닝 기능도 담았다. 접으면 바닥으로 완전히 수납되는 시트를 채택해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한 점도 돋보인다.
트렁크는 2열 슬라이딩 도어와 함께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다. 좌측 벽엔 빌트인 방식의 진공청소기를 준비했다. 구형부터 적용했지만 국내 시판 제품에는 없던 품목으로, 실내 청소 시 유용하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어코드, 파일럿 등과 공유하는 V6 3.5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 284마력, 최대 36.2㎏·m의 성능을 내며 전자제어식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했다. 동력성능은 안정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힘이 인상적이다. 부드럽지만 느리거나 답답하지 않다. 그렇다고 미니밴 특유의 성격만 고스란히 반영한 고루한 차는 아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엔 패들 시프터를 마련했으며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핸들링은 5m가 넘는 차체의 크기를 잊을 정도로 날래다. 운전자세만 높을 뿐 주행안정성도 높아 준대형 세단을 타는 기분이다. 승차감은 가족형 차임을 감안해 편안함에 중점을 뒀지만 거친 느낌도 적진 않다. 소음은 가솔린 엔진을 올린 만큼 정숙하다. 6기통 엔진음이 기분좋게 들리지만 뒷좌석에선 알아채기 힘들다.

제동은 가속과 비례할 정도로 무난하게 이뤄진다. 무리하게 바퀴를 움켜쥐지 않으면서도 밀림현상이 적다. 안전품목 패키지인 '혼다 센싱'은 차간거리 유지, 차로 유지, 충격 완화 등의 기능을 포함한다. 그러나 보조장치인 데다 소극적으로 개입,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표시 효율은 복합 9.2㎞/ℓ다. 순간적인 효율을 고려했을 때 도심은 조금 낮게, 고속도로는 ℓ당 1㎞ 정도 더 높게 나왔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 실린더를 3개 또는 6개를 쓰는 가변 실린더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려 애썼지만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총평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만한 컨텐츠를 집약한 패밀리카다. 혼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특히 다인승의 큰 차체임에도 운전재미를 다 내려 놓지 않은 덕분에 묘한 매력이 있다. 가솔린 제품만의 출력과 정숙성 외에도 캐빈워치, 내장청소기 등의 품목은 라이벌에서 보기 드문 데다 오딧세이의 상품성을 높인다.

판매가격은 5,790만 원으로 구형에 비해 많이 올랐으나 새로 장착한 장치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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