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금지 방향성 불변…어린이집 소관 복지부와도 협의중"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달 중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에 대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교육현장은 물론 각 교육청에서도 정부 차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곧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달 안에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된 만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도 정부가 같은 조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부가 2010년부터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 등 특성화 프로그램 대신 돌봄 중심의 과정을 운영토록 각 시·도 교육청에 지침을 내려보내 왔다.

영어교육도 원칙적으로는 지양하되 유치원운영위원회 심의·자문을 거쳐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제주와 세종 지역은 이미 2014년과 2015년부터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복지부 소관인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이 방과 후 수업으로 외국어 등 언어 분야를 허용해놨지만,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던 상황이다.

누리과정(만 3∼5세 교육)에는 이미 영어교육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사실상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수업이 아닌 정규수업에서는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돼 있다.
학계에서도 유아기에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유아기의 선행·과잉 교육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시기에는 외국어보다는 감각을 발달시켜주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 따르면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만 5세, 초등 3학년, 대학생 등 3개 그룹의 중국어 학습 효과 분석 결과, 듣기공부는 연령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고, 말하기공부는 초등학교 3학년과 대학생에게 효과가 컸다.

사걱세는 "영어교육 적기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고 (방과 후 수업에서)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며 "교육부는 본래 밝힌 대로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고 초등영어 공교육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장 영어수업을 금지할 경우 사교육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5살짜리 딸을 둔 직장인 백모(36)씨는 "(방과후 수업은)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외국어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는 것 정도지, 책상 앞에서 공부시키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그나마 방과 후 수업 때문에 영어 유치원(유아 영어학원) 보낼 생각은 안 했는데 정부 정책이 오히려 학부모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처럼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유치원 현장에서는 일정 기간 시행 시기를 유예해달라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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