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금지, 노동이사제 등
자유시장 유린하는 개헌 논의

다수가 정의란 논리서 벗어나
국가의 자의적 권력행사 억제하고
경제자유의 여정 빛낼 개헌 절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

올해는 제헌 70주년이 되는 해다. 1987년 마지막 제9차 개헌 이후 30년이 지났다. 새해 벽두부터 우려스러운 게 있다. ‘경제헌법’ 개헌 방향이다. 경제적 자유를 대폭 축소하는 좌편향적 국가주의 개헌이다. 예를 들면 이윤의 사회 환원을 뜻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동이사제, 해고 금지, 비정규직 금지까지도 헌법에 도입할 태세다. 1954년 2차 개헌 때 1인당 소득 71달러에서 1987년 9차 개헌 때 3467달러를 거쳐 오늘날 3만달러대로 70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전대미문의 번영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두렵다.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2차 개헌에서 사기업의 국공유화 금지, 사기업 경영에 대한 국가의 통제관리 금지, 그리고 5차 개헌(1962년)에서 경제적 자유의 명시적 도입으로 자유시장 체제의 위대한 헌법적 여행을 시작했지만 때때로 통제경제 성격도 동반했다. 헌정사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건 9차 개헌이다.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비롯해 정부 개입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조항들이 자리 잡은 탓에 자유시장의 헌법적 여행길은 지난했다. 그래도 자유의 헌법정신만은 살아 있었다.

그런데 바로 제헌 70주년에 정치권은 자유시장을 송두리째 제거한 사회주의 헌법을 우리에게 안겨줄 작정이다. 경제적 자유의 헌법적 여정(旅程)이 이토록 험난하단 말인가. 무엇이 야만적 좌편향의 길로 자유로운 시민을 이끌어 가는가.

우선 좌편향 정부는 이상사회를 성공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도덕적·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 믿음은 도덕적인 체하는 위선이요 아는 척하는 지적 허세다. 위선과 허세를 부리다가 망한 북한 경제,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최근의 베네수엘라를 보라. 위정자를 제외한 모두가 쓰레기통에서 먹을 걸 찾는 모습을. 정부가 국민경제를 계획할 지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정부가 아니라 오로지 자유시장이 아니던가!

그러나 양극화, 불의(不義), 실업 등 경제적 악(惡)이 구조화돼 있다는 인식에서 사회주의 개헌론은 시장경제 체제를 거부한다. 그런 잘못된 인식이 경제적 자유의 여정을 가로막는 두 번째 이유다. 사기, 폭력 등을 막고 재산·인격·자유를 지키는 법질서가 확립되면 시장은 빈곤, 실업, 비정규직, 불공정, 상생 협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질서’라는 걸 주지해야 한다.
자유를 지키는 법질서 확립을 넘어서 국가의 규제·보호·육성을 위한 반(反)법치의 사회주의 헌법은 역차별, 법적 특혜, 재정·금융특혜를 용인하는 부패된 법을 초래한다. 부패된 법적 환경에서는 끼리끼리 정치적 연줄로 먹고사는 정실주의가 지배한다. 오늘날 불평등·양극화 심화도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간섭주의가 빚어낸 정실주의 때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좌편향 개헌의 마지막 세 번째 배후는 1987년 이래 한국 사회를 지배한 민주주의다. 이는 다수가 정하면 무엇이든 정의이고 법이 된다는 논리다. 다수의 권력을 제한하는 걸 거부한다. 그 거부의 결과가 사회주의 헌법이다. 과잉된 민주는 정치의 도덕적 파탄도 정당화하고 정치인, 관료, 기업가, 시민 등 모두를 타락시킨다는 건 민주적 권력이라고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한하지 못했던 헌정사가 입증한다. 법 같지도 않은 법,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적 선심 정책을 만들어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유린했던 게 과잉민주주의가 빚어 낸 헌정사다. 오늘날 정부의 재정 확장, 공무원 증원, 영세업자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규제 등 무책임한 정부를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정부 정책을 부추기는 게 민주주의를 제약하지 못한 현행 헌법이다.

원래 헌법의 존재 이유는 국가의 자의적 권력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국가권력을 제한하지 않는 사회는 헌법이 없는 사회다. 근대 헌법의 시조인 17세기 권리장전, 권리청원도 국가권력으로부터 경제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제일 과제로 여긴 건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 사회를 노예의 길로 이끄는 개헌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지키는 개헌이 절실한 때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kwumi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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