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침체 속에서 정유업계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가가 완만하게 오른 데다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서다.

정유업계의 올해 실적은 국제 유가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업계는 ‘시차 효과’를 누린다. 휘발유·경유를 만드는 동안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제품을 팔 때 유가 시세에 맞춰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줄어들어 국내 정유사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유가 기조에서 유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국제 유가를 움직일 요인으로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지정학적 요인 등이 있다. 최근 OPEC 회원국이 올해 말까지 감산을 재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것도 반등 요인이다.

반면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은 유가를 끌어내릴 주요 변수다.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업계가 감산을 하고, 가격이 오르면 증산을 하면서 유가 등락을 제어할 수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 반등세가 일정 선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 미국 셰일업계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하루 평균 960만~970만 배럴인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10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해리 콜빈 롱뷰이코노믹스 이사는 “향후 3개월에 걸쳐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정유업계 호황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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