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사상 최고 호황을 누렸다. 업계 맏형격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한화케미칼은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업계의 실적 개선은 저유가로 화학 시황이 급격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 묶이면서 화학제품 수요는 늘어난 반면 원료 매입비용 부담은 크게 줄었다. 플라스틱과 비닐 같은 화학제품 대다수의 기초 원료가 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t당 1300달러대로 지난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는 복병으로 꼽힌다. 원료비 부담 증가는 물론 화학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유가 전략 등으로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2년여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다.
북미에서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가 추가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미국 ECC 증설로 공급량이 늘어나면 하반기부터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ECC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다만 올해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에틸렌 계열 제품의 수익성은 급격히 하락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21년 에틸렌 계열의 공급 과잉은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파라자일렌(PX)도 대규모 증설로 2019년 이후 공급 초과 상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한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비와 공장 가동비용이 증가해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미국 경쟁사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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