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키워드로 본 소비시장 메가트렌드

갓뚜기 현상… 브랜드는 인격이다
스타벅스 코드는 아이돌
정치가 아닌 소비에서 자존감을
스튜핏, 소비와 절약의 균형
마음을 얻는 자 시장을 얻는다
쿠팡의 위기, 이커머스의 본질은?
정용진과 디스커버리의 모험

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평창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에서 줄을 선 소비자들. /한경DB

오뚜기는 ‘갓뚜기’가 되고, 스타벅스는 질주를 이어갔습니다. 롱패딩의 유행은 패션업계를 호황으로 이끌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의 모험은 계속됐습니다. 쿠팡과 11번가는 동시에 시련을 맞았습니다.

2017년 유통시장을 돌아보며 생각난 사건들입니다. 유통업은 과거 먹고 입고 보는 것을 사고파는 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한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트렌드산업이 됐습니다. 문화산업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관점으로 지난 1년 유통시장을 돌아봤습니다. 마이크로트렌드가 메가트렌드가 될 수 있을 듯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비에서 의미 찾기

갓뚜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오뚜기의 선행에 소비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대고, 라면값을 올리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라면시장에서 오뚜기 점유율은 치솟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소비라는 행위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파타고니아, 탐스 같은 기업을 국내에서도 찾아 나선 셈입니다.

이 흐름에 LG도 올라탔습니다.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LG 제품의 장점을 찾아내 알리는 마케터가 됐습니다. LG그룹 오너 일가의 군복무 기록을 찾아내 올리기도 했습니다. LG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제품의 가치만큼이나 소비행위의 가치를 중시하고, 브랜드를 인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원년이 아닐까 합니다.

“너와 늘 함께하고 싶어”

‘커피공화국’이라고 합니다. 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스타벅스는 2017년에도 20%가량 성장했습니다. 입주하는 아파트에는 “축 스타벅스 입점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습니다. ‘벅세권’이란 단어도 생겼습니다. 한 전문가는 “스타벅스에 담긴 코드는 아이돌”이라고 했습니다. 항상 함께하고 싶고, 그들이 무언가를 하면 함께해야 할 것 같은.

스타벅스 정도는 아니지만 올리브영도 달렸습니다. 거리의 화장품 시장을 지배하며 매장 수는 1000개를 향하고 있습니다. 세일 때는 줄을 서서 삽니다. 마음이 허전한 젊은이들이 집에 가다 들르는 그런 곳이 됐습니다.

나를 위한 쇼핑과 여행

11월 의류 소비는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소비심리도 몇 년 만에 최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12월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으로 북적거립니다. 웬만한 콘도는 예약이 어렵습니다. 식당은 방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다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수출이 계속 늘고 있는 영향도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작년 겨울 사람들은 자존감을 찾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정치적 자존감을 해결하자 삶과 자신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쇼핑을 시작했습니다. 여행도 더 늘었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찾아 떠나는 쇼핑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지르지만 무분별한 소비는 ‘No’

2017년의 유행어 하나만 꼽으라면 ‘스튜핏’이라고 답할 수 있을 듯합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나온 이 단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를 돌아봅니다. 여행을 가고, 무언가를 사고, 집을 꾸미지만 자신을 돌아보라는 한 개그맨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 이어 나온 ‘짠내 투어’란 프로그램도 인기라고 합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는 여행. 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스스로를 경계하는,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안 팔리면 기부하지… 대박난 평창패딩

롯데는 1년 내내 어려웠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닥쳐도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보다 수천 배 더 많은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투자도 그랬고요. 그래도 롯데 기사에 달린 댓글은 “일본 기업”이었습니다.

희망도 봤습니다. 완판된 ‘평창패딩’에서 말입니다. 지난봄 일입니다. 상품본부장은 평창패딩 10만 장을 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직원들은 반대했습니다. 올림픽이 제대로 열리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3만 장으로 결정됐습니다. 안 팔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직원들에게 본부장은 말했습니다. “기부하면 되니 걱정 말고 하세요.” 그들은 히트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마음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결합한 결과가 평창패딩의 완판 아닐까 합니다.

유통업일까, IT산업일까

우연일까요. 쿠팡과 11번가가 올해 동시에 시련을 겪었습니다. 쿠팡은 대규모 적자로 위기설이 이어졌습니다. 쿠팡의 핵심인 쿠팡맨들은 파업도 했습니다. 11번가는 적자 때문에 매각설이 나왔습니다. 지분 절반을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동시에 어려움에 처한 것은 본질을 고민하게 합니다. 이커머스의 본질은 유통업일까, 정보기술(IT)산업일까. 한 기업에서는 ‘유통파’와 ‘IT파’가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국 유통업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유통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이베이 최고경영자는 최근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데이터 기업이 돼야 한다.”

다른 생각, 과감한 베팅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와 이마트는 모험을 이어갔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을 빼앗겠다며 스타필드 고양을 열었습니다. 편의점 간판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꾸고, 노브랜드와 피코크 제품으로 그 안을 채웠습니다. 연말에 35시간 근로제를 들고 나온 것도 모험이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디스커버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롱패딩이 유행할 것으로 보고 1년 전 엄청난 양의 원자재(거위털)를 주문했습니다. 디자인에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11월 한 달 매출만 1000억원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모험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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