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장 "사면복권 아닌 진상조사·명예회복 이뤄져야"

"애초에 강정마을회는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요구해왔습니다.주민 중에는 사면복권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고, (이날 정부 발표가) 섭섭하지도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에 강정마을 주민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법처리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29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마을회 결정에 반한 행동으로 범법자가 됐다면 불명예가 되겠지만, 총회 결정에 따라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제주도와 정치권 등에서 정부에 특사를 요청할 때 마을 차원에서 딴죽걸기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있었던 것이지, 우리가 사면복권을 요구해온 것은 아니"라며 "사면복권이 아니라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재판을 다시 해서 무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도 강정마을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평화센터와 강정천 등에는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과 팻말이 여럿 걸려있었고, 과거 해군기지 공사 차량이 드나들던 옛 공사장 입구 앞에서 이날도 어김없이 평화 미사가 열렸다.

미사를 집전한 문정현 신부는 "지난 10년간 많은 거짓과 폭력이 있었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저 역시 재판을 네 번이나 받았다"며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신부는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특사는 죄지은 것을 용서해준다는 말인데, 강정마을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일부 주민의 찬성 의견만으로 이처럼 죄 없는 사람들에게 죄를 물은 정부에 대해 오히려 주민들이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으로 연행된 사람은 696명이며, 이 가운데 611명(구속기소 30명, 불구속기소 450명, 약식기소 127명, 즉심청구 4명)이 기소됐다.

지금까지 확정판결은 실형 3명, 집행유예 174명, 벌금형 286명, 무죄 15명이다.
22명은 선고유예, 과료 등으로 종료됐다.

111명은 재판 중이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경남 밀양 송전탑, 용산참사, 사드(THAAD), 세월호 참사 등 5대 사건 관련 집회를 특정해 참가자에 대한 사면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사법처리자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내용이며, 앞서 해군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도 철회된 만큼 이번에 특사도 이뤄져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어느덧 준공 만 2년을 앞두고 있지만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무너진 마을 공동체 회복은 갈 길이 멀었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면서 마을 공동체는 급속도로 붕괴했다.

가족이나 친인척, 선후배 등이 해군기지 찬반에 대해 논쟁하다 다툼이 벌어져 등을 돌리고, 급기야 제사나 벌초도 따로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내줬으나 국가사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내몰린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해소하고 마을 공동체가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사법적 제재로 고통받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주도가 지난 26일 정부에 사면복권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강정마을 관련자에 대한 사면복권이 적극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오늘 발표에 포함되지 않아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가급적 빨리 강정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위한 화해와 상생으로 나갈 수 있는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당연히 해가 가기 전에 강정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또 기대하고 있었는데 참 아쉽게 됐다"며 "범법자가 돼 고통받는 강정 주민들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강정 등 주민을 범법자 취급하는 불의가 지속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강정이나 밀양의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바뀌는 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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