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5). 그는 2015년 5월 창업 후 2년 만에 식재료 새벽배송 시장에서 대기업들을 제치고 회사를 1위로 이끌었다. 그는 "고품질의 식재료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 신선식품 배송사업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사진=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국내 식재료 새벽배송 1위 업체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전날 밤 11시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에 상품 도착
회원수만 40만…"고품질 식재료 배송이 사업 본질"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역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였다. 아마존은 2007년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신선식품 배송 운영에 나섰는데 7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샌디에이고 등 인근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신선식품 배송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인 지난 9월 아마존은 이 사업에서 두 손을 들고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마존도 10년을 헤맨 이 사업에서 창업한지 불과 2년 만에 시장에 '식재료 새벽배송 업체'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35)는 "적정한 수요를 예측하는 것, 질 좋은 식재료 공급처를 찾는 것, 안전하고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2015년 창업한 마켓컬리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업계에서 식재료 '샛별배송'으로 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샛별배송은 소비자가 배송 전날 밤 11시까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우유, 계란, 샐러드 등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창업 이후 2년 만에 회원이 40만명에 달하고, 올해 연매출은 55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경닷컴이 김 대표를 을지로 본사에서 만났다. 김 대표의 창업 전 직장경력은 화려하다. 미국 유명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세계 최대 컨설팅 회사 중 한 곳인 맥킨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근무했다.

그는 "결혼 후 살림과 일을 동시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며 "맞벌이 주부가 되 보니 '누군가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매일 아침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했고 그때의 생각이 지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는 아직 국내에서 대기업들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까다로워서다. 일단 소비자가 언제 얼마나 주문을 할지 알 수 없는데다, 신선식품 특성상 하루만 지나도 팔수가 없다. 재고관리가 어려운 것이다. 또 먹거리 특성상 배송도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대기업은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어떻게 예측할 것이며 직매입에 따른 재고관리는 어떻게 효율화 할 것인지, 물류센터 고도화는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봤다"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행히 시장에 안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 수요예측을 위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조합했다. 매일 실제 발생하는 수요 값을 입력하고 자체적으로 만든 알고리즘이 예측한 수요를 계속 비교하면서 향후 발생할 주문량을 예측하게 했다. 사업기간이 늘어날수록 데이터는 더 쌓였고 정확도는 더 증가했다. 그는 "회사 내에 빅데이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팀을 두고 연간 수요량을 예측해 재고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서비스 초반 30~40대 강남 엄마들의 필수 앱이라는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 무농약, 유기농 등 재료의 엄격성 때문이다. 마장동 한우 브랜드 '본앤브레드', 디저트 카페 '메종 엠오'의 마들렌 등 특화된 상품들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고품질의 식재료 공급처를 찾기 위해 회사 직원들과 전국을 누비면서 농부님들, 사장님들을 한분씩 설득했다"며 "제품의 질과 신선도 관리가 마켓컬리 사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마켓컬리를 시장에 자리 잡게 해준 서비스는 무엇보다 '샛별배송'이다. 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CJ(116,5001,500 1.30%), GS(51,4000 0.00%) 등 대기업들을 제치고 압도적 점유율(약 7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 매출의 80% 이상이 샛별배송 서비스에서 나온다.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이 우유와 계란 등 고객들이 주로 매일 소비하는 상품일 정도로 자주 활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 배송서비스 자체가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한데다, 새벽배송 시장은 특히 공략이 어려워 대부분의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었다"며 "워킹맘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이제는 회사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런 김 대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식재료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CJ, GS, 동원(10,350200 1.97%) 등이 관련 서비스를 속속 늘리면서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형확장에 나서고 있다. 또 배민찬, 헬로네이처 등 푸드테크 기업들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특화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이 신선식품 배송사업을 10년 가까이 하다가 자체적으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홀푸드를 인수한 것처럼 일반 전자상거래 사업과 식품배송사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품질검수부터 조직문화까지 이 서비스에 맞추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많은 기업들이 식재료 배달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반가운 신호"라며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업 성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 제3자물류대행 서비스인 '컬리프레시솔루션'을 본격화 하면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아직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신생 벤처기업들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대신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그는 "자체 상품 배송은 안정화됐다고 판단해 물류망 구축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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