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경기부양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세제개혁안이 유럽 등 다른 나라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은행을 필두로 한 유럽 대기업들은 미국 감세안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잇따라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세제개혁안에 따라 미래 수익으로 과거 손실을 상쇄하며 얻었던 세법상 혜택인 이연법인세자산(DTA·deferred tax asset)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에너지업체인 로열더치셸은 이날 미국 감세안으로 DTA상 20억∼25억 달러(2조1천억원∼2조7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세제개편안 여파로 올해 세후수익에서 10억 파운드(1조4천억원)를 상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제개편안이 외국계 은행들의 DPA를 줄여야 한다고 강제한만큼 이를 올해 회계에 반영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세제개편으로 은행의 보통주 자기자본비율도 20bp(0.2%포인트)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배당수익 증가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미국 세제개편 결과 이번 4분기 23억스위스프랑(2조5천억원)의 상각이 일어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세제개편안이 'BEAT세(稅)'로 불리는 '세원잠식남용방지세(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를 도입하면서 미국에서 규모있는 사업부를 운용 중인 외국계 은행들이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BEAT세에 따라 지금까지 외국계 은행의 미국 내 자회사가 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지불했던 이자를 과세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던 조항이 폐지됐다.
미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은행 운영 자금을 대부분 모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게 된 것이다.

바클레이스가 이날 성명에서 "세제개편안이 미국 내 미래 세후수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많은 조항의 기술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은행이 받은 영향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라고 CNBC는 전했다.

한편 미국 세제개혁안이 정보기술(IT)업체들의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를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CNBC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의 글렌 켈먼 최고경영자는 세제개편안에 따라 높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 업체들이 집값이 비싼 실리콘밸리를 떠나 부동산 가격이 싼 내륙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