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에게 718 카이맨은 아쉬울 수 있다. 배기량이 2.0ℓ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배기량만 작을 뿐 성능은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터보가 탑재돼 최고 300마력이 완성됐고, 미드십 엔진에 뒷바퀴굴림으로 주행의 감성도 그대로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보내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르쉐 또한 수많은 자동차회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배출가스 규제 대상에 예외라는 것은 없는 법이다.


▲디자인

쿠페는 지붕 구조상 컨버터블보다 유연한 실루엣을 지닌다. 카이맨 역시 기반이 되는 박스터보다 날렵한 모습을 취한다. 바퀴 위를 넘실대는 볼륨과 낮고 넓은 자세는 오리지널 718과 유사하다. 전면부는 포르쉐의 디자인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4점식 LED 헤드램프로 구성했다. 범퍼를 이루는 흡기구와 안개등은 두 겹으로 처리해 입체감을 조성했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측면부는 포르쉐를 대표하는 911과 비슷하지만 엔진 위치가 다른 만큼 시각적 무게중심도 가운데로 움직였다. 면을 따라 빛이 반사되는 형태는 성능과 반비례할 정도로 우아하다. 미드십 엔진 냉각을 돕는 에어인테이크 홀은 1세대보다 더욱 커져 슈퍼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후면부는 양쪽 테일램프를 검정색 바(Bar)로 이어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기존에 스포일러와 묘한 조화를 이루던 테일램프의 겉면은 단순해졌다. 대신 헤드램프와 같은 4점식 LED를 삽입해 어색함을 상쇄했다. 레터링은 회사, 차명을 모두 표시해 포르쉐임을 알린다.


2인승의 실내는 스티어링 휠의 패들시프트 레버와 몸을 감싸는 버킷 시트를 제외하면 의외로 역동성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가죽, 알칸타라 등의 소재와 두터운 바느질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점은 인상적이다. 대시보드는 수평형 좌우대칭형 구조로 단조로운 편이지만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각종 버튼 구성은 포르쉐 특유의 사용자 환경으로 다듬었다. 계기판은 일부를 트립,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로 띄울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다.


▲성능 및 승차감

엔진은 수평대향 2.0ℓ 터보로 최고 300마력(6,500rpm)과 38.8㎏.m(1,950~4,5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제원상 0-100㎞/h에는 4.5초가 걸리고, 최고 시속은 275㎞다.


사실 제 아무리 2.0ℓ 배기량이라도 가속감은 여느 포르쉐 못지않다. 1,440㎏의 중량이 페달을 살짝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감없이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쉐를 경험해 달라는 컨셉트를 감안해도 스포츠카의 유전자는 주행 모드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아가 주행 성격을 스포츠로 바꾸는 순간 배기음이 거칠어지고 7단 PDK의 변속 타이밍도 달라진다. 동시에 서스펜션 또한 단단해지는 것은 기본이다. 덕분에 스포츠카의 재미 가운데 하나인 코너링 묘미도 쏠쏠하다.


'배기음을 디자인한다'는 포르쉐답게 주행 모드별 사운드 차이는 확연하다. 편안한 주행에서도 묵직한 배기음이 귀를 때리지만 모드를 바꾸면 달리기를 보채듯 페달에 힘을 주게 만든다. 배기량만 줄었을 뿐 '날마다 스포츠카'라는 포르쉐의 전통 또한 유지됐다. 이외 제동거리를 측정하지는 못했지만 스포츠카답게 고속에서 빠르게 감속되는 느낌은 충분했다.

▲총평

718 카이맨의 가격은 8,200만원부터 시작된다. 포르쉐 스포츠카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따라서 스포츠카 시장 확대가 필요한 포르쉐에게 718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911이 무한 성능으로 진화를 해나간다면 718은 911로 가기 위한 계단인 셈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718을 계단으로 만들지 않았다. 718 카이맨의 시장만을 별도로 만들기 위해 작심했다. 2.0ℓ 배기량에 터보를 넣고 300마력으로 높인 게 대표적이다. 정말 718이 그저 포르쉐 스포츠의 엔트리였다면 300마력까지 높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출력은 낮추고 ℓ당 9.4㎞에 달하는 효율(복합 기준)을 향상시키는 게 나았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718 카이맨은 또 하나의 포르쉐 스포츠카로서 손색이 없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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