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결심공판

"제 노력으로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 될 꿈꿔"

꼬인 실타래 모두 제 불찰
최지성·장충기엔 선처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7일 항소심 재판에서 200자 원고지 8장 분량의 최후 진술을 통해 기업인으로서 그동안 갖고 있던 꿈과 희망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막막함 등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다음은 최후진술 요지.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외람되지만 제가 갖고 있던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선대 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니라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입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습니다. 최후진술을 준비하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며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란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엉클어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만약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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