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방송가엔 의외의 복병들이 속속 등장했다. KBS, MBC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SBS만이 유일하게 채널을 독식하는 듯 보였다. 여기에 tvN, JTBC, 채널A, MBC에브리원 등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이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무장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면서 드라마, 예능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매체 다변화로 TV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시청률에선 극심한 온도차를 보였다. 최저 1%부터 최고 40%까지…올해 시청자들의 그뤠잇과 스튜핏을 받았던 방송을 짚어봤다.

◆ 올해의 드라마 : '황금빛 내 인생' 슈퍼 울트라 매직 그뤠잇…'멘홀' 속상 스튜핏

900살 먹은 도깨비가 케이블 22년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돼 올해 1월 21일 종영된 tvN '도깨비'는 첫회 6.9%의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회에서 20.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995년 시작된 국내 케이블방송 역사 이래 최초로 20% 시청률을 넘어섰다.

'도깨비'의 최대 수혜자는 공유 그리고 저승사자 역의 이동욱이었다. 도깨비 신부 역의 김고은도 지난해 '치즈인더트랩'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며 명실상부 20대 대표 여배우로 거듭났다.

도깨비 신드롬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지고 음악,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을 받았다. 도깨비가 읊조리는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 몰라'도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오피스 드라마의 형태를 띤 직장인 드라마부터 기자, 법조인 소재의 다양한 장르물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법정드라마로는 SBS '피고인', KBS2 '마녀의 법정', tvN '비밀의 숲'이 호평받았고 언론 드라마로는 SBS '조작'과 고 김주혁의 유작이 된 tvN '아르곤'이 있다. 기자와 검사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눈길을 끌었다.

웰메이드 오피스극 tvN '미생' 만큼 리얼하지 않지만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코미디적인 요소를 결합해 현실 풍자를 한 KBS2 '김과장' 또한 주인공 남궁민의 호연에 힘입어 호평 받았다. 남궁민은 연기대상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드라마판의 가장 큰 이슈는 KBS2 '황금빛 내인생'의 성공이다. 지난 9월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성추문 사건으로 자숙 중이었던 배우 박시후의 복귀작이었던 탓에 당초 우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 신혜선 또한 기존 작품에서는 주연급 연기자가 아니었던 터였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황금빛 내인생'은 시청률 40%를 가뿐히 돌파하며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40%의 기록은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5년만이며 연속극에선 KBS 2 '가족끼리 왜 이래' 이후 2년 만이다. 박시후와 신혜선 또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재평가되면서 2018년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도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초라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특히 KBS2는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로 1.4%대의 저조한 성적을 얻었지만 하반기에 '고백부부'를 흥행시키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tvN '명불허전', OCN '터널' 정도만이 시청률 사냥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별에서 온 그대' 만큼의 특수를 누리지는 못했다. '도깨비', '별그대'로 중국서 큰 인기를 끄는 박해진이 출연한 JTBC '맨투맨'이 불법 시청을 통해 중국 웨이보 검색을 장악했지만 제작사 측은 2017년 내내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차이나 머니를 겨냥해 사전 제작한 작품들이 큰 수출 시장을 잃고 불법 해적판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국 드라마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 올해의 예능 : '어서와'·'영수증' 신선 그뤠잇…'더 유닛'·'믹스나인' 식상 스튜핏

외국인, 부부, 관찰. 이 세 가지 키워드로 2017년 하반기 예능프로그램을 정리할 수 있다. 새롭다고 말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은 없었지만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고, 트렌드를 반영한 뜻밖의 잭팟은 존재했다.

과거에 '미녀들의 수다'가 있었다면 2017년에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종의 관찰 예능이기는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친구들의 생생한 여행기로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MBC에브리원은 개국 10년 이래 처음으로 '어서와'를 통해 시청률 5%까지 치고 올라왔다. '어서와' 이후 SBS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 MBN '헬로우 방 있어요', tvN '서울 메이트' 등 다양한 외국인 예능이 론칭되고 있다.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은 한국과 중국 배우 커플인 추자현, 우효광 부부에 대한 관심을 동력으로 월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선점하기도 했다. 특히 남편 우효광은 '우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국내외 팬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의 예능인을 꼽자면 이효리와 김생민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출연한 '효리네 민박'은 한 때 가요계를 풍미했던 이효리라는 톱스타의 삶에 일반인 출연자들을 민박객으로 초대해 벌어지는 관찰 예능이다. 가수 아이유가 민박집 알바로 출연하면서 안방극장에는 '효리유'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체최고 9.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JTBC 예능프로그램중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종영 후에도 끊임 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 통에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송사 측은 2018년 시즌2를 내놓을 계획이다.

"노동 이즈 베리 임폴턴트", "돈은 안쓰는게 답"를 부르짖으며 저축, 적금으로 국민 대 통합을 꿈꾸는 과소비 근절 돌직구 재무 상담쇼 '김생민의 영수증'이 올해 가장 신선한 예능이 아닐까 싶다.

송은이,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코너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KBS에서 15분 편성을 얻으면서 '광고보다 짧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끝에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되면서 김생민은 데뷔 25년만에 첫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생민이 일반인의 영수증을 분석해 진지하면서 코믹한 재무상담을 해주는 포맷은 신선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tvN에는 든든한 기둥 '나PD'가 있었다. 나영석 PD 사단은 올해도 열일을 했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시즌 3,4', '윤식당', '알쓸신잡'까지. 관찰부터 힐링, 지식 예능까지 모두 섭렵하며 단숨에 인기를 얻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 또한 강호동과 이수근 등 멤버들의 허를 찌르는 재미에 실시간 예능 검색 1위에 오르고 있다.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여전히 큰 화제를 부르는 예능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tvN '프로듀스 시즌2' 마지막 회는 새벽 2시 30분에 끝났지만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뿐만아니라 방송 클립 영상 3억 뷰를 넘어서는 등 오디션 참가자들에 대한 뜨거운 인기가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게 된 '워너원'은 각종 시상식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며 선전하는 중이며 아쉽게 데뷔조에 들지 못한 JBJ 등 연습생들 또한 차세대 아이돌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듀스 101'의 대박 이후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 엠넷 '스트레이 키즈', JTBC '믹스나인' 등이 제작됐지만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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