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산모에 모유촉진제 외부처방 권유"…기자회견서 의혹 제기
병원 측 "공개 질의 내용 사전에 받은 바 없어 현재 논의 중"

이대목동병원이 숨진 신생아 4명 중 한 아이의 어머니에게 모유 분비 촉진제인 '돔페리돈'을 외부에서 처방받아 복용할 것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돔페리돈은 과거 일선 병원에서 모유촉진제로 처방되기도 했으나 모유 수유 중인 산모가 복용하면 신생아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사실상 수유부에게는 처방이 금지된 약물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시판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도 부작용 우려 때문에 수유 중인 여성에는 처방을 금지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올해 5월 돔페리돈과 돔페리돈말레산염 성분 의약품의 허가사항을 변경해 모유 수유 중인 여성에 대한 투여를 중단하라고 권했다.

당시 식약처는 변경안에서 "모유 수유가 아이에게 주는 이익과 산모가 치료를 통해 받는 이익을 고려해 둘 중 하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유하는 여성도 돔페리돈의 당초 효능인 오심·구토 증상의 완화를 위해 약을 먹을 수 있으나, 복용 시 해당 성분(0.1% 미만)이 모유를 통해 신생아에게 전달돼 심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약을 먹는 동안에는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숨진 신생아 유가족들은 27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아이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해명해달라고 병원 측에 거듭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의료진으로부터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사망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병원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사망원인에 관해 설명도 하려 하지 않는다"며 병원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또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입원 후 이상 증상이 발현됐을 때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상황설명을 바란다"며 병원 측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공개질의서에서 유가족들은 이 병원 주치의가 한 신생아의 어머니에게 '돔페리돈'을 외부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라고 했다며 "돔페리돈 복용 시 모유를 통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식약처가 산모의 복용을 금지했는데 왜 권유했는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유가족 측 주장에 대해 이대목동병원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질의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유가족에게 전달하겠다는 게 병원 측 해명이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은 "유가족이 오늘 공개 질의한 내용은 사전에 받은 바 없어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며 "돔페리돈 처방 등 유가족들이 병원에 집중적으로 문의한 사안에 대해 조만간 답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대목동병원이 돔페리돈 처방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의료법에서 금기 또는 허가 외의 사항이더라도 의사의 재량에 따라 처방하는 '오프라벨 처방'을 일정 수준 허용해주는 것을 염두에 둔 해석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대개 조산을 한 산모의 경우 모유가 잘 분비되지 않으므로 수유하기 위해서는 모유를 촉진하는 약이 필요한데 돔페리돈만이 대안인 상황"이라며 "돔페리돈의 경우 일부 고용량으로 복용했을 때 아기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저용량일 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허가 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담당 교수가 모유 수유를 중요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며 "다만, 사망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부검 결과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숨진 신생아 가운데 한 명이 사망 닷새 전인 지난 11일 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병원 측이 격리 조처를 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 당일인 16일 낮부터 일부 신생아의 심박 수가 오르는 등 이상징후가 발견됐지만, 뒤늦게 보호자에게 연락이 취해진 이유와 의료진 면담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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