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보다 저출산 고령화 심각
대기업·공무원 취업만 바라는 것도 문제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일본은 구인난을 겪고 있고 한국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구인배율은 1.55에 이른다(2017년 10월). 155명을 뽑고자 하는데 100명밖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경제성장률은 한국(2016년 2.7%)이 일본(2016년 1.2%)보다 높은데 취업(고용)률은 훨씬 낮다. 일반적으로 고용률이 높아지면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 한데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은 사람이 부족해 안달이고, 한국은 일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일 간에는 저출산 고령화 추이, 산업구조, 정책기조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저출산 문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심하고 고령화는 일본이 한국보다 더 진전돼 있다. 한 여성이 일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를 보면, 2016년 한국은 1.17명으로 일본의 1.44명보다 적다(통계청 KOSIS 및 일본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월보). 한국의 장래가 심히 염려되는 대목이다. 같은 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은 일본이 27.3%로 한국의 13.2%보다 두 배 이상 높다(일본 내각부 고령사회백서 및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일본에선 베이비붐 세대(1940년대 후반~1950년대 초 출생)가 대거 퇴직을 맞았고 저출산 세대 자녀들이 취업 연령대가 된 것이 구인난을 가져온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일본보다 10여 년 늦게 태어난 세대가 되고 저출산 세대 자녀들은 아직 취업 연령 전이다.

한·일 산업구조 차이도 고용 차이를 낳는 주된 요인이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고용 창출이 많은 중견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부가가치는 높으나 고용흡수가 적은 반도체 대기업 등의 활약이 크다. 더불어 한국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처우가 크게 달라 대기업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 여기에 체면 중시 문화가 한몫하다 보니 중소기업으로 가기보다는 미취업으로 남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필자가 가르치는 일본 학생들의 선호를 조사해 보면, 대개는 ‘중소기업이라도 안정된 곳이라면 계속 근무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일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대우 차이도 한국처럼 크지 않으며 저변에 중견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기조 면에서도 한·일 간 차이가 뚜렷하다. 일본은 효율보다는 공평을 중시한다. 일본이 경제성장률은 높지 않은데 취업률이 높은 데는 파이를 나눠 가지려는 공평성 중시의 사회적 합의가 있다. 구인난이면 기업들이 돈을 많이 준다며 인재 사냥에 나설 법도 하지만 그렇게 치고 나오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존 질서 허물기를 매우 꺼리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한 번에 왕창 벌어 한량으로 지내기보다는 꾸준히 일하는 직장생활을 선호한다. 적게 받더라도 어딘가에 소속돼 일하길 원한다. 반면에 한국은 ‘그런 대접을 받느니 차라리 일 안 하겠다’는 식이다. 대졸자의 자존심과 중소기업의 ‘애환’에 엇박자가 생기는 이유다.

한국에서 자녀를 셋 둔 분의 환갑 축하연에 간 적이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 환갑에 손주 한 명 안기기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 명은 사법고시에 몇 번 도전했다가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또 한 명은 9급 공무원, 또 한 명은 교사임용 시험을 치른다고 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자녀를 탓하기도 부모를 탓하기도 어려운 안타까움이 있다. 취업문제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응축돼 있다. ‘한국의 구직난 해소에 일본의 구인난을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를 생각게 한 회갑연이었다.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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