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방안(주당 68시간→52시간)과 관련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절박감에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최근 영세 사업장의 경우 실태조사 후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고,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 16.4% 인상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부담과 인력난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추가 비용은 연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70%(8조6000억원)가 중소기업 몫이다. 인력난이 심해 초과근무와 휴일근로가 많아서다. 법정 근로시간이 줄면 추가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인력난은 더 심각해진다. 중소기업 부족 인력은 44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주물, 단조, 열처리, 금형 등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은 돈을 더 줘도 사람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1일 “영세 중소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참에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중소기업 인력난을 줄일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 편의에 따라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근무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선택제와, 일감에 따라 노동력을 조절할 수 있는 단시간 근로제 등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 유연성 확대가 시급하다. 뿌리산업 등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펼 것이라며 기대에 들떠 있던 중소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친중소기업’을 표방하는 정부라면 중소기업 현안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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