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8, 중남미로 경제영토 넓히자
(5)·끝 - 자원개발 뒷걸음질 치는 한국

페루 투자한 광물자원공사
현지 직원만 남아 청산절차
LS니꼬동, 파나마광산 매각

중국 시노켐·BYD 투자 러시

시야 좁은 한국 자원개발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인 투자전략 세워야

광산업체 트럭들이 세계 두 번째 리튬 매장지로 알려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채굴한 소금을 실어나르고 있다. 리튬은 인산리튬 형태로 소금과 섞여 있어 분리 과정을 거쳐 추출한다.

지난 10일 찾은 페루 수도 리마 시내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무소. 본사 직원이 철수하고 현지 직원만 남아 청산 절차를 밟고 있었다. 석유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민간 기업들도 인터뷰 요청에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D사는 지난달 철수했고, S사도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LS니꼬동제련도 얼마 전 파나마에서 광산 지분을 팔고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중국 쪽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페루 정부는 중국 자원개발 관련 투자사절단을 맞을 준비로 바빴다. 칠레에서는 중국 대형 석유화학업체 시노켐이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 지분 32%를 45억달러에 막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中, 중남미에서 리튬 싹쓸이 투자

‘자원의 보고(寶庫)’ 중남미에서 한국과 중국의 발걸음이 엇갈리고 있다. 중남미에는 세계 광물 중 리튬 68.2%, 은 55.4%, 구리 46.8%가 묻혀 있다. 니켈(18.2%)과 철광석(13.5%)도 적지 않다.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에 가까운 원유(22.9%)도 있다.

중국이 구리 니켈 등에 이어 최근 집중 투자하는 게 리튬이다. 리튬은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리튬을 ‘하얀 석유’라고 불렀다. 전기차 한 대에 28㎏, 스마트폰 한 대에 20g이 들어간다. 휴대폰 사용이 늘고 전기차가 보편화할수록 리튬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11월 기준 리튬 가격은 연초보다 24% 올랐다.

중국은 리튬 최대 산지인 칠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호주, 아프리카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알베르토 살라스 칠레석유협회 이사(전 칠레광업협회 회장)는 “중국은 페루 브라질에 주로 투자했는데 요즘은 칠레 광산업에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 단위가 기본적으로 수억~수십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도 칠레산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기업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원외교 조직·예산 줄여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며 해외 자원개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이 자원개발 인력과 조직을 철수하고 보유 자산도 매각하고 있다. ‘자원외교 비리’ 조사의 여파다.

브라질, 칠레, 페루, 콜롬비아, 니카라과 5개국을 돌며 전해 들은 유일한 신규 자원개발 관련 건은 삼성SDI가 칠레의 리튬 양극재 생산시설 프로젝트에 입찰했다는 소식이다. 리튬을 직접 채굴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산된 리튬을 가공하는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삼성SDI는 1차 심사에 통과해 중국 등 6개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남미 진출 기업인은 “한국의 자원개발은 부침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말 석유 파동 이후 자원개발에 본격 나섰지만 외환위기 때 보유 자산을 대대적으로 매각했다. 2000년대 초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다시 발동을 걸었지만 일명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조사로 ‘올스톱’ 상태나 마찬가지다.

◆“자원개발은 개발대로 진행해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신규 자원개발 사업은 한 건도 없었다. 10건의 신규 사업은 전부 민간사업이었다. 정부 지원 예산은 952억원으로 5년 전(약 1조1901억원)의 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간 700억~800억달러(약 75조6000억~84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조된다.

자원개발에서 ‘정치색’을 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자원개발을 위한 자원외교를 한 게 아니라 자원외교를 위한 자원개발을 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권의 외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자원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무리가 따르고 비리의 싹도 자랐다는 반성이다.

현지에 진출한 다른 기업인은 “비리 조사는 조사대로 하고 자원개발은 개발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미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최적의 투자 타이밍은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자원개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시세나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 가치를 보고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투자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산티아고·리마·보고타=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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