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증언 주저하자…재판부가 "증언거부할 상황 아니다" 지적

우병우(50·구속)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윤장석(47)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이 문화부 공무원 좌천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등도 우 전 수석이 재판을 받는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

검사 출신인 윤 전 비서관은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우 전 수석을 상관으로 모셨던 만큼 이날 증인신문에 관심이 쏠렸다.

윤 전 비서관은 법정에서 작년 3월 우 전 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8명의 명단을 전달받으면서 파벌을 점검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조사 때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외에 보고서 형태로 세평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하자 윤 전 비서관은 "틀린 것 같다. 국정원이나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분은 추가로 수사 중이라 계속 증언해도 되느냐"며 머뭇거렸다.

검찰이 재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에서 국정원에 요청해 8명 자료를 받아봤다는데 우 전 수석이 국정원에 요구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 부분도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공개 법정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이 "증언 거부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윤 전 비서관은 증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민정수석실에서 무슨 이유로 국정원에 세평 자료를 요구한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통령에게 보고드리는 것이라, 보다 객관적으로 세평자료를 크로스체크한 것"이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이 국정원을 통해 문화부 간부 8명을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과 함께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이 의혹으로 우 전 수석은 지난 15일 구속됐지만 아직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문화부 간부 등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이 이날 재판에서 다뤄지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은 "별건 수사 내용"이라며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변호인은 "추가 별건 사실을 두고 검찰이 (지금 윤 전 비서관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쟁점이 돼 있고 우리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사찰 의혹은 우 전 수석이 문화부 공무원 좌천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재판 내용과 관련이 깊은 만큼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더라도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보지 못해) 답변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반박이 안 된다고 하면 다른 기일을 잡아서 하라"고 우 전 수석의 변호인에게 말했다.

지난 15일 구속 이후 처음 법정에 나온 우 전 수석은 수의가 아닌 남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 차림이었다.

양복 왼쪽 깃에는 수감 중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하얀색 배지가 달려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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