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 붐 꺼져도
패러다임 바꾸는 기술은 생존
일관성 없는 규제의 혼돈이
진정한 혁신 늦출 수도

블록체인 혁신의 다음 단계에
진입 위해 필요한 것은
확실성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

도브 그린바움 < 미국 예일대 교수 >

일러스트=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비트코인 열풍이 뉴스피드를 점령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90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최근 몇 주간 널리 퍼졌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많은 투기꾼은 거품이 꺼지면 투자금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블록체인과 같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은 생존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일관성 없는 규제에 의해 만들어진 이런 혼돈이 진정한 혁신을 늦출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벌써 손해를 입었다. ‘콘피도’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지난달 약 37만5000달러를 조달한 뒤 사라졌다. 이 돈은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모아졌다. 기본적으로 표준 방식을 벗어나 자본에 접근하는 규제되지 않은 방식이다. ICO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는 자사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가상 토큰을 판매한다. 대부분 ICO는 합법적이지만 콘피도와 같은 사건은 변덕스러운 투자자를 겁먹게 만들 것이다. 더 나아가 충동적인 규제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산재해 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오래된 사업 방식을 뒤엎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낯선 사람들 간의 비즈니스 거래는 대체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 의해 촉진돼왔다. 은행은 돈을 송금하고, 정부는 재산 기록을 추적 관리한다. 신용카드 회사는 하루하루 지불을 가능하게 한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면서 이런 기관들에 의존한다. 에퀴팩스처럼 종종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중개자들은 상당한 이윤을 올렸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결여라는 문제를 극복하고 중개자의 필요성을 제거한다. 이 개념은 복잡하고, 초보자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수학과 기술에 의존한다. 여기에서는 단지 몇 가지 요소만 고려하면 충분하다. 블록체인은 효과적으로 상호 연결된 분산 거래장부다. 새로운 거래내역 묶음(블록)을 연결(체인)해 암호로 잠그면 변경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안전하고 감사가 가능하며,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기록 체계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자금을 송금하기를 원하면 해당 거래가 블록체인에 추가되고 공유 기록의 영구적인 부분이 된다.

블록체인은 불필요한 부산물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중개인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거래를 검증하는 대규모 집단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낯선 사람과 온라인으로 사고팔기 때문에 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보급될 경우 영향을 생각해보라. 은행이나 신용카드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는 금융 소외계층이 온라인으로 구매나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소유권, 전문 자격증 및 간단한 신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고, 오류가 없게 될 것이다. 중개인이 줄어들고 번거로운 정부 규제를 피하게 되면 거래 관련 비용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가상통화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능력이 약화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더 나은 검증 방법으로 전환함에 따라 기관들에 대한 신뢰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이에 정부, 은행, 보험회사와 같은 기관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미래에 대한 한 가지 장애물은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이 규제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큰 문제다. 정부가 일관된 대응을 내놓기 전까지 각 규제기관은 독립적으로, 그리고 일관성 없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이미 규제 불확실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처럼 비트코인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을 사서 나중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면 자본 이득세가 부과된다. 파산법원 역시 가상통화를 부동산 자산처럼 취급해 현금보다 낮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

그러나 재무부는 통화와 마찬가지로 취급해 돈세탁 방지법 규제하에 두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3년 투자자의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행위를 증권으로 간주해 자신의 관할권에 속한다고 연방 판사를 설득시켰다. 행동에 나서길 원하지 않는 유일한 규제기관은 미 중앙은행(Fed)이다.

12월13일 현재 약 3000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비트코인은 이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통화다. 이런 가치가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블록체인이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되는 만큼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는 증가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블록체인 혁신의 새로운 흐름에 확실성을 제공하는 현명하고, 일관된 국가 정책이다.

원제=What Bitcoin Needs Is a Few Good Regulations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도브 그린바움 < 미국 예일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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