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일부 수도권과 지방권역에서 발생했던 청약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분양 물량이 평년 대비 줄어든 가운데 재건축 사업장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중심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비역세권, 외곽지역 등 입지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미분양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 및 후분양제 도입 가능성은 내년 분양 시장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각종 대책·규제에 따른 분양 물량 감소

내년 국내 전국 아파트 분양(승인) 예정 물량은 32만여 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2017년 37만 가구 대비 8.1% 감소한 물량이다. 2015년 51만 가구, 2016년 49만 가구와 비교해서 가장 적다.

올해 발표된 각종 대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으로 아파트 집단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에 이어 지난달 7일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 물량 감소의 원인이다.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신규 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는 커졌으나 1순위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가 줄어 자금 마련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예비 청약자는 자신의 무주택 여부, 대출가능 금액, 청약 1순위 요건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입지, 상품성 따른 청약 쏠림 현상

여기에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곳에 청약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2 대책 후속조치로 1순위 자격이 강화되고 가점제 적용 비율이 확대되면서 청약이 가능한 전체 수요는 감소했다.

그러나 2018년은 신DTI 적용과 민간분양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강화 여파 등으로 인기 지역으로만 청약 통장이 집중되면서 당첨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돈 될 만한 곳’에 청약수요가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 미분양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 규제가 엄격해지고 대출 이용이 까다로워질수록 예비 청약자들의 청약통장 사용이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입지에 따라 청약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재개발·재건축 중심 신규 분양 견조

2018년 주택시장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신규주택의 경우 신규 수주 감소,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투기수요 축소로 인해 올해보다 13% 감소한 22만 가구에 그치는 데 반해 재개발·재건축 분양은 올해와 비교해 8.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비사업 분양 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재건축 사업장들이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기 위해 올해 연말 이전까지 서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있어서다. 관리처분 인가 및 이주/철거 단계의 사업들은 사업성 변동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지연으로 인한 금융 비용을 우려가 커 예정대로 내년에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현재 기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16만8000호에 달한다. 사업시행 인가를 마친 재건축 사업장 중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올 연말에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계획하고 있는 사업장도 상당수다. 반포주공 1단지, 잠원4지구, 송파 진주아파트 등이 연내 관리처분 계획 총회를 앞두고 있다.

업체별 2018년 분양 실적도 재건축 사업의 보유 규모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재건축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GS건설은 내년 2만세대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 현대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순으로 관리처분인가 이후의 재건축 수주 잔고가 많다.

◆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 상승 제동

지난 8·2 부동산대책에서 언급된 규제 중, 주택 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이다. 정부는 8.2대책의 후속조치로써 지난 9월 5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과 함께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공급 단지의 분양가 상승세는 내년부터 제동이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량적 지표로 판단하면 수도권은 서울 강남구·영등포구·서대문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적용 대상으로 유력하며 지방은 대구 중구·수성구, 강원 속초 등 지역이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의 2배가 넘는 지역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최근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분양 전 2개월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85m² 이하: 10대 1) 초과 중 하나 이상 충족하면 지정이 가능하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로 시세차익을 노린 일부 수요가 청약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별 차이는 존재하지만 분양가가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후(後)분양제 도입 가능성 시사

내년 분양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 중 하나는 후(後)분양제 도입 가능성이다. 후분양제는 공사가 60~80% 이상 진행된 이후 분양을 시작해 주택 건설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가격변동 리스크도 줄어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분양주택을 제외하면 건설사가 아파트 등 주 택을 짓기 전에 분양을 먼저 하는 선(先)분양제가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977년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선분양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선분양제가 공급과잉 및 주택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비판과 함께 분양권 투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후분양제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난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분양주택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도록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후분양제가 민간분양주택에까지 전면적으로 도입될 경우 건설업 및 주택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업종 내에서는 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연구원은 “자금조달력과 재무여력이 높은 대형사는 유리한 반면 자금력이나 신용도가 부족한 중소건설 사는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후분양제가 민간분양주택에까지 전면적으로 도입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부동산팀 이소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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