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성장 방안 준비

자동차부품사 인수합병에도 '원샷법' 적용

자동차 부품업체 평가결과
구조조정 대상 5곳→16곳…81%가 법정관리·청산 임박

완성차업계엔 미래차 등 R&D혁신 지원체계 강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조만간 내놓는다.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로의 시장 재편에 대응해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부실이 표면화된 부품업계는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7일 “조선업에 이어 자동차도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혁신성장 방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초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수년째 진행 중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 정부 구조조정 ‘첫 타자’로 자동차산업을 지목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일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향후 구조조정은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산업혁신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올 들어 중국·미국발(發) 통상압력 확대로 인한 실적 악화,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소송 패소에 따른 노동 리스크 확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경쟁력 열세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초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수년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얘기였다. 조선업 다음으로 혁신성장안을 마련할 업종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뚜껑을 열고 보니 다음 타자는 자동차였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이 겉으로는 건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장기적 경쟁력 악화 등 ‘골병’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업계는 누가 봐도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자동차산업 내우외환 위기”

정부는 2015년 10월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운영을 시작하면서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을 구조조정 대상 5대 업종으로 꼽았다. 이 중 석유화학과 철강은 지난해 민간 주도의 사업재편과 맞물려 기업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진정된 모습이다. 조선과 해운 역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대기업에 대한 굵직한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자동차는 올해 들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돌입 등으로 대외변수가 급속히 악화됐다. 대내적으로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 근로시간 단축 추진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준비에서도 선진국에 뒤처지며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는 완성차보다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부품업계에 먼저 찾아왔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7년도 정기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보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에 오른 자동차 부품업체는 지난해 5개에서 16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중 13개(81%)가 법정관리, 청산 등 퇴출이 임박한 D등급이었다.

여기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GM 철수설’이 현실화된다면 자동차 부품업계 위기는 생각보다 일찍 닥쳐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철수에 대비해 국책은행 지원이나 업체 간 인수합병(M&A) 추진, 고용대책 등 ‘플랜B’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원샷법’ 적용 확대 검토

정부는 조만간 자동차를 산업진단이 필요한 주요 업종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후 진단 결과를 토대로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내년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실 예방과 사전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자동차 혁신성장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이면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마무리되면서 대외변수는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며 “성동·STX조선 처리가 눈앞에 다가온 조선업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서는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R&D) 혁신 지원체계 강화와 함께 부품업계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기업활력법(원샷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존 5대 구조조정 업종 위주였던 원샷법 적용 대상에 자동차를 추가해 민간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돕자는 취지다.

다만 이번 정부 대책이 자동차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건드리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리스크’ 해소와 관련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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