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오는 22일 오후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와 롯데 경영진 등 9명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지난해 10월 19일 재판에 넘겨진 이래 14개월 만이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외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등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신 전 부회장 등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1300억원대 손해(특경법 배임)를 입힌 혐의 등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사실혼 관계인 서씨 모녀와 신영자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겨 서씨 등이 706억원대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올해 만 95세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신동주 전 부회장에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신영자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겐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신 총괄회장에겐 벌금 3000억원, 신 회장에겐 벌금 1000억원도 함께 구형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기소돼 최근 검찰이 징역 4년을 별도로 구형했다.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것이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을 위한 대가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구형량이 적지 않은 만큼 유죄 판단을 받게 되면 실형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지주사 체제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해외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는 롯데의 사업 행보에 암운이 드리워진다는 게 롯데 측 입장이다. 롯데는 재판과 관련한 사항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그룹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고령인 데다 중증 치매 증세가 있어 유죄에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사실상 형 집행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50년 넘게 롯데를 철권통치해온 부친에게서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여부다.

롯데에서는 만약 22일 재판에서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10조원 넘게 투자한 해외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최근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롯데는 중국과 유럽, 미국에 이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의 유고(有故)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의 완성이 요원해진다는 것도 롯데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는 식품과 유통 부문의 42개 계열사를 1차로 편입한 롯데지주에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될 경우 식품·유통 부문 이외 계열사들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회사의 경영투명성이 주요 상장 심사 요건이어서 심사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안한 지분구조에도 신 회장 개인의 카리스마와 인맥으로 구심력을 유지해온 일본롯데의 '분리 경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나 주총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실권은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장악하게 된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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