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일방 통보에 '발끈'

12일 예정 대회 미루더니
선수들 "일정 꼬여" 불만
'경기 속개→연기' 또 뒤집어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참!”(A프로)

“완전 올스톱이에요. 성적이 나와야 계약을 맺든지 말든지 하죠.”(B매니지먼트사 대표)

남자 프로골프계가 소란스럽다. 지난 12일 전북 군산CC에서 치르기로 했던 2018년 시드전(Qualifying Test)이 내년 3월로 연기되면서 선수들이 참았던 불만을 줄줄이 터뜨리고 있어서다. 시드전은 코리안 투어 출전자격을 가늠하는 선수 선발 대회. ‘직장’의 최종면접시험과 성격이 비슷하다. 후원사를 찾고 있던 선수들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 “내년에 꼭 시드전을 통과할 테니 믿고 후원해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성적이 없는데.”(C프로)

3월까지 해외 전지훈련 계획을 세웠던 프로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항공편, 골프장, 숙소 예약 등 모든 스케줄이 다 어긋나버렸다. 한 프로는 “시드전을 보려면 2주 전쯤은 미리 귀국해 대회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해야 한다”며 “애초 프로그램을 다 뒤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시드전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날씨다.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1주일 연기됐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뿔이 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날씨 변수로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상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진작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는데 올해도 대책 없이 그냥 밀어붙이면서 이 사달이 난 겁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그동안의 성적으로 시드전 순위를 매기겠다고 미리 공지를 하든가, 아니면 예비 경기일을 지정하는 등의 비상대책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게 열불 난다는 거죠.”

12월로 처음 연기할 때부터 날씨변수가 상대적으로 덜한 경남권이나 제주도 등으로 옮기기만 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지적이다.

선수들이 더 참기 힘들어했던 건 연기 결정보다도 그 뒤에 벌어진 협회의 사후처리 방식이다. 시드전을 주관하는 협회(KPGA)가 선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두 통이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협회는 취소했던 경기를 다시 14, 15일에 치르고, 이때도 경기 속개가 어려울 경우 36홀 성적으로 시드전을 완료하겠다는 문자를 13일 오전 보냈다. 하지만 이 방침은 1시간 만에 다시 뒤집혔다. 72홀을 무조건 치러야 한다는 규정상 36홀 경기는 안되므로 당초 결정했던 대로 내년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저기서 “장난치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문자가 전송된 다음날인 14일은 2017 KPGA 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시드 걱정 없이 각종 부문별 수상 트로피와 보너스 상금 등을 챙기며 환하게 미소 지을 상위권 선수들의 얼굴이 시드전 수험생들의 기막힌 처지와 오버랩될 만한 때였다.

코리안투어는 올해 19개 대회, 총상금 144억5000만원 규모로 열렸다. 사상 최대 규모다. 4년 만에 총상금 10억원 이상 대회도 8개로 늘었다. 지역 순회 대회에서 구름 갤러리가 모이는 등 여자골프 못지않은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매끄럽지 못한 한 해 마무리가 이런 수고와 성과를 가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관우 레저스포츠부 기자 leebro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