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마전동. 아파트촌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식품회사 몇 군데가 모여있는 작은 단지가 나온다. 국산 참깨만 활용해 참기름을 만드는 새싹종합식품도 이곳에 있다. 작은 단지의 작은 회사 같지만, 국내 학교 급식 시장에서 사용하는 참기름의 25%를 담당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참깨 종자 개발부터 계약재배, 제조까지 모두 하고 있는 새싹의 김해경 대표를 만났다. 현관에서 김 대표는 걸음을 멈추고 한켠에 있는 시험관을 소개했다. 직접 개발한 참깨 종자였다.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참기름을 만들기 위해 다섯가지 종자를 개발해 등록했다”며 “이곳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가 모여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참깨종자 5개 보유한 중소기업

김 대표와 새싹종합식품이 국립종자원에 등록한 국산 참깨 종자는 모두 5개다. 회사 내 부설 연구소인 특용작물연구소가 육종한 품종인 백장군, 주렁, 풍력강1호, 풍력강2호, 황옥 등이 그것들이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병에 강하고 참깨가 많이 열리는 종자를 선별했다. 컴바인 수확이 가능한 종자도 있었다. 3년 간의 시험재배를 거쳐 품종을 등록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종자 전문기업과 농촌진흥청 등 국가기관을 제외하면 민간 식품기업 중에서 참깨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CJ 등 참기름을 제조하는 대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자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단순한 국산 참기름이 아닌, 한 가지 종자만 사용한 참기름도 생산했다. 영양교사들이 급식에 활용할 참기름을 주문할 때 백장군 참기름, 황금 참기름 등을 나누어 받을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원료의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종자를 강조한 제품의 인기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참깨 납품하던 유통업자로 출발

지금은 관련 석사학위도 따고 종자 개발까지 하고 있는 김 대표지만 원래 농업과는 별로 관련이 없었다. 김 대표는 참깨를 유통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2000년께 창업해 학교 급식 시장 등에 납품을 했다. “상품 정보를 소개하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영양사들을 만나는 일을 직접 하는 1인기업이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열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차차 늘어나더라고요.”

당시 김 대표가 유통하던 참깨는 중국산과 수단산 등 외국산이었다. 협력사가 수입과 가공을 하면 김 대표가 유통을 하는 식이었다. 사업이 점차 커질 무렵, 김 대표는 수입한 깨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수단산에서는 이상한 석유냄새가 나기도 했고, 중국산도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선 유통만 할 것이 아니라 제조 과정도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김 대표는 제조법인을 인수했다. 참깨와 참기름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외국산으로 만든 참기름도 내놓았지만, 비싼 국산 참기름도 내놨다.

“웰빙 문화가 확산하면서 외국산에 비해 품질이 좋고 고소한 향이 많이 나는 국산 참기름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급식을 결정하는 깐깐한 '부모'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도 국산 참기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쉬운 이야기지만, 시대를 먼저 읽고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3대 불신식품 참기름

참기름 사업은 쉽지 않았다. 국산 참기름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소비자들이 영 믿어주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시에 참기름은 고춧가루, 두부와 함께 3대 불신 식품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참깨 고추 콩 등 각각의 원재료를 속이기가 쉽기 때문에 국산이라고 소개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국산 참기름을 만든다고 하면서 일부 외국산을 혼입하는 '불량 업체'가 적발되는 일도 흔했다. “국산 참깨와 외국산 참깨 가루 가격 차이가 엄청납니다. 중국산 참깨의 관세는 630%나 되지만 이를 가루로 만들어서 들여오면 45%로 낮아지거든요. 그래서 저도 경영이 어려워질 때면 수입 참깨가루를 조금만 섞어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곤 했을 정도에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혹이 커지자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국산과 외국산 참기름을 한 공장에서 생산하던 김 대표는 외국산 생산을 포기했다. 수입 참깨가루가 유입될 가능성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제조 방식도 전통적인 참기름 제조방식인 '압착' 방식으로 짜기 시작했다. 깨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벤조피렌을 저감하는 특허도 개발했다.

“혹시 방앗간이나 참기름 제조공장을 가볼 일이 있다면 ‘깻묵’의 색을 확인하세요. 까만색이 나온다면 발암 물질이 상당히 많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어요. 연한 갈색빛을 띤다면 믿고 드셔도 좋습니다.”

◆참깨 전도사로 변신한 사장님


국산 참기름만 생산하기로 결심한 후 김 대표는 참깨 재배 전도사로 나섰다. 국내 참깨 생산량은 약 2만t인데 이중 대부분인 70%는 자가 소비되고 있었다. 나머지도 참깨 형태로 주로 소비돼 기름을 짤 참깨가 부족했다. “종자를 개발한 것도, 재배 방법 교육을 하기 시작한 것도 모두 국산 참기름을 원활히 생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북 도농기술원의 권중배 실장과 함께 전국의 농가를 다니며 참깨 재배 교육을 했다. 모종을 만든 후 옮겨 심는 육모법을 농가에 보급했다. 그 전까지 참깨 농가들은 대부분 그냥 씨를 뿌리는 ‘직파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육모법을 사용하면 노지가 아닌 하우스에서도 참깨를 재배할 수 있다”고 했다. 성주의 참외 농가와 수박 농가에게 연작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작물로 소개했다. 새로 개발한 종자도 무상으로 나눠줬다.

김 대표는 “작목반, 일반 농민, 농협 등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며 "종자와 재배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계약 재배 농가 수가 늘고, 참깨 생산도 늘었다”고 말했다.

참깨 종자 개발과 재배법 교육 등의 공로로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 대표는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참기름과 참깨 종자 개발 이야기만 나올 줄 알았는데 새로운 상품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는 “슈퍼 홍미라는 기능성 쌀의 판로를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쌀로, 당뇨와 비만 억제에 효능이 있는 탁시폴린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최종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2년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 인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슈퍼홍미는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인데 판로를 쉽게 찾지 못해 새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게 된 것”이라며 “이렇게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기름도 이제 본격적으로 소매 시장에 도전하고 싶단다. 김 대표는 “투입 대비 산출이 어느정도 계산되는 공공부문 B2B(기업간 거래) 시장과 달리 소매 시장은 미지의 세계”라며 “이마트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일반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FARM 에디터 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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