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을 유보했다.

AP통신은 14일(한국시간)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KHL 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체르니셴코 KHL 회장은 "누가 (평창에) 가고, 안 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따라 KHL도 상응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점으로 한 KHL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이어 세계 2위 리그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대표팀 대부분이 KHL 소속이고, 이날 개막한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대회에 출전한 캐나다 남자 대표팀 엔트리 25명 중 19명이 KHL 소속이다.

아이스하키 강국인 미국과 핀란드 역시 KHL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NHL이 지난 4월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세계 2위 리그인 KHL마저 소속 선수들의 참가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아이스하키 경기 수준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과 권위에 직격탄임은 물론이다.

KHL은 앞서 지난달 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러시아 선수 표적 약물 검사를 문제 삼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IOC는 지난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했다.
IOC는 다만 약물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서 기량을 겨룰 길은 터줬다.

러시아는 고심 끝에 지난 12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길 원한다는 자국 선수들의 요청을 승인하기로 했다.

보이콧 명분이 사라진 KHL은 일단 리그에 소속된 러시아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 뒤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IOC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러시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6명을 영구제명하고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기로 한 터라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걸림돌은 몇 가지 더 있다.

러시아 아이스하키협회는 나이키가 제작한 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하고 평창에 나가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IOC와 논쟁이 불가피하다.

러시아 아이스하키의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로만 로텐버그 수석 부회장은 "유니폼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다"며 "이미 제작된 유니폼이다.

다른 유니폼으로 바꾸면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이키가 제작한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은 가슴팍에 커다란 쌍두 독수리가 새겨져 있고 소매 양쪽에는 러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단의 '중립국' 자격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에 반하는 요구라 이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IOC는 또한 전 소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체르니셴코 KHL 회장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정위원 자격을 박탈했다.

체르니셴코 회장이 IOC의 이러한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터라 KHL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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