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빠른 경제성장으로 주목받아온 한국이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대수명의 증가 속도다. 최근 45년간 한국의 기대수명은 남녀 모두 약 20세씩 증가해 어엿한 장수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이 기대수명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즉,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기간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생명표를 보면 남성의 기대수명은 79.3세인데 건강수명은 64.7세에 불과해 14.6년간은 질병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여성의 기대수명은 85.4세인데 건강수명은 65.2세에 그쳐 무려 20.2년이나 질병을 가지고 살아간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 남녀 모두 최근 4년간 건강수명은 늘지 않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생만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길고, 지금도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최장수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사는 유병기간만 늘어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국가적으로도 사회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의 3대 사인(死因)은 암,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한국인 전체 사인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암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암검진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식생활과 운동 등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증가일로여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라메다 7’이라는 건강수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1965년 미국의 의사 레스터 브레슬로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카운티에서 주민 6928명의 생활습관을 조사한 뒤 20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45세인 사람이 그가 찾아낸 7가지 건강수칙 중 6가지 이상을 지키면, 3가지 이하로 지킨 사람들에 비해 11년이나 더 산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건강수칙에는 금연,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하루 7~8시간 자기, 절주, 아침 먹기, 간식 안 하기가 포함돼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브레슬로는 2012년 9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기대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11년이나 늘리는 비법은 거창한 약이나 비방이 아니라 어쩌면 평범한 생활습관 개선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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