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으로 등장했던 中 게임사들, 적자 지속
中 게임 흥행인데…상장사는 실적 부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몇 년간 잇따라 한국 증시에 발을 디딘 중국 게임사들이 지지부진한 사업 성적을 내놓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적재산권(IP)과 게임 라인업을 확보한 일부 업체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서 적자 늪 빠진 中 게임 상장사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프로젠 H&G(776 +4.72%)는 올 3분기 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가 지속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9억원이다. 에이프로젠 H&G의 전신은 '로코조이'로, 중국 게임사 로코조이의 한국 법인이었다.

중국 인기 모바일게임 '마스터탱커'로 유명한 로코조이는 2015년 5월 코스닥 상장사 이너스텍을 인수하며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출시한 '드래곤라자'가 흥행작으로 꼽히는 유일한 게임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로코조이는 결국 한국 진출 1년반 만에 로코조이 지분을 바이오기업 에이프로젠에 넘겼다. 올 초 에이프로젠 H&G로 상호를 바꾼 회사는 현재 게임사업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사업이 주력이다. 3분기 기준 모바일게임 매출은 3억3700만원 수준으로 전체의 4.4%에 그친다.

또 다른 중국 게임사 신스타임즈(2,480 -0.20%)도 실적이 저조하다. 신스타임즈는 지난해 1월 MP3로 유명했던 코원시스템을 인수해 우회상장했다.

신스타임즈는의3분기 영업이익은 5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누적으로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작년 7월 국내 첫 작품 '해전1942' 출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낸 신작이 없다.

에임하이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지난해 불거졌던 경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그 영향으로 사업 전개가 더뎠다. 현재 최대주주는 중국 게임사 킹넷의 100% 자회사 홍콩페임챔피언트레이딩이다.

에임하이는 올 2분기 매출이 3억원 미만임이 확인돼 지난 9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회사는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며 내년 10월31일 개선기간이 끝나고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룽투코리아가 지난 10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 '열혈강호 for kakao'. / 사진=한경 DB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룽투코리아(5,020 -5.10%)도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룽투코리아는 지난해 '검과마법', 올해 '열혈강호 for kakao'를 잇따라 국내에서 흥행시켰다. 특히 지난 10월 출시된 열혈강호 for kakao는 구글플레이에서 '리니지 형제' 바로 뒤를 이어 최고매출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열혈강호로 분위기가 되살아났지만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올 들어 기존 게임 매출이 감소하고, 열혈강호를 제외하면 흥행한 신작이 없었던 탓이다. 3분기 영업손실은 1억1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열혈강호의 국내 성적이 반영되는 올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열혈강호는 출시 한 달만에 매출 1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산 게임들 약진에 더 '씁쓸'

지난 2~3년간 중국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우회상장을 통한 한국 진출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로 재무구조나 사업 상황이 좋지 않은 상장사들의 경영권을 인수해 어렵지 않게 한국땅을 밟았다. 2015년 4월 룽투코리아가 코스닥 상장사 아이넷스쿨을 인수하며 출발선을 끊었다.

중국계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시장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하다"며 "텐센트 같은 대형사의 독점이 심해 나머지 회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추세인데, 한국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같은 시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적을 보면 이들 회사의 안착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게임 라인업 부족과 운영 미숙, 경영권 분쟁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소녀전선' '붕괴 3rd' 등 중국산 게임의 성적이 좋다는 점은 이들 회사 입장에서 씁쓸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한국 이용자의 성향을 잘 공략한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많았다"며 "상장이 꼭 좋은 게임의 수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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