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면접관·응시자가 같은 사조직 출신…밀어주기 채용
계약직 특혜채용 후 정규직 전환…취업준비생 울리는 채용비리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정부, 의심 사례 수사 의뢰 방침

#1 "응시자·면접관·기관장이 같은 모임"
2014년 한 공공기관의 채용에 지원한 A 씨는 면접장에 들어간 순간 합격을 직감했다.

면접관 5명 가운데 3명이 자신과 같은 사(私)모임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A 씨가 지원서를 낸 공공기관의 기관장 B 씨가 같은 모임 회원이었고 B 씨는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 없이 A 씨를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A 씨는 손쉽게 '신의 직장'에 몸담게 됐다.

능력보다는 사조직 인맥이 채용을 좌우한 셈이다.

#2 1명 합격시키려고 고무줄 서류전형
C 기관은 2014년에 1명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 예정 인원의 2∼5배수로 뽑기로 했다.

하지만 합격시켜야 할 특정 인물인 D 씨의 성적이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서류전형 합격자를 30배수로 확대했다.

그런데도 목표 달성이 안 됐는지 다시 45배수로 늘렸고 결국 D 씨가 서류전형을 통과했으며 이후 채용으로 이어졌다.

능력 미달인 D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들러리가 될 응시자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8일 정부가 발표한 중간 점검결과를 보면 이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할 정도로 원칙을 어긴 채용이 난무했다.

인맥과 연줄을 동원한 이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채용됐고 이로 인해 다수의 취업준비생이 좌절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근 실시한 전수조사를 보완하는 심층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며 이날 공개한 사례 등 채용비리로 의심되는 사안은 검토 후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비리 사례에는 기관장이나 기관 고위직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것들이 많다.

2011년 모 기관장은 지인에게 자식의 이력서를 받아 인사 담당자에게 주면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인사 담당자는 해당 지원자를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거듭 특혜를 줬다.

기관장이 나서서 기준을 무시한 채용을 강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채용 공고문에 전공을 상경계열 박사로 제한해놓고 이와 무관한 인물을 서류전형에서 통과시켰으며 기관장이 면접 시험장에 멋대로 들어가 해당 인물을 지원하는 언급을 해 합격시킨 것이다.

면접관이 아닌 기관장이 시험장에 임의로 들어간 것이나 심사에 영향을 줄 발언을 하는 등 현저히 부당하게 전형이 진행됐는데도 이런 사건이 수년간 묻혀 있었던 것은 공공기관의 채용 비위가 일상화했다는 의구심을 키운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작년에 면접장에 면접위원도 아닌 인물이 입실해 면접 대상자 2명 중 1명에게만 질문하고 결국 질문을 받은 인물이 합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4년 전에는 심사위원을 내부인으로만 구성해놓고 응시자 부모의 성명·직업·근무처가 기록된 응시원서를 제공한 일도 있었다.

결국,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고위급 자녀가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채용됐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기관은 성적 조작도 일삼았다.
공공기관에서 채용 담당자가 특혜채용 대상자를 서류전형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고득점이 예상되는 다른 응시자의 경력점수를 깎은 사례도 파악됐다.

또 지역 유력 인사의 자식을 합격시키려고 위해 면접 때 가산점을 줘야 할 다른 응시자에게 가점을 주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결국, 유력 인사의 자식이 채용됐다.

채용 공고를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하지 않고 협회 등의 홈페이지에만 공지해 같은 기관의 전직 고위인사가 추천한 인물들을 특혜 채용한 사례도 당국에 포착됐다.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지휘하고 있는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기관장이 직접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수사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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