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검사 기소 첫 사례…李 "법원 판단에 경의"
"음식물은 법 위반 예외사유 해당…제공 금전은 처벌 대상 아냐"

후배 검사들에게 위법한 '격려금'을 주고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지검장은 선고 후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의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적용과 관련해 격려·위로·포상 목적으로 제공한 금품인지 여부는 제공자의 의사뿐 아니라 수수자와 제공자의 직무상 관계, 제공된 금품의 종류와 가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우선 음식물 제공이 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만찬 성격과 경위와 시기, 장소, 비용 결제자금의 원천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위로·격려 목적으로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음식물은 청탁금지법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수수 금지 금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법무부 과장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 관계에 있으므로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은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뒀다.

재판부는 또 "음식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즉 피고인이 제공한 금전 부분은 그 액수가 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경우 "단지 수수 금지 금품의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해당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이 전 지검장이 현금 100만원과 9만5천원 상당의 식사 등 총 109만5천원의 금품을 제공해 '100만원 초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제공된 식사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덜어냈다.

이어 남은 현금 100만원 부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행정제재(행정벌)인 과태료 사안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를 따질 사안이라고 봤다.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직무 관련 여부나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돈봉투 만찬'은 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이자 일선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핵심 고위간부인 검찰국장이 연루된 사건인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수사비 보전 및 격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을 면직했다.

이 전 지검장은 피고인석에 다소 긴장한 듯 차려자세로 서서 눈을 책상에 고정한 채 재판부의 선고 내용을 들었다.

방청석에는 여동생 이지원(53·29기) 변호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과 함께 올해 4월 21일 안태근 전 국장을 비롯한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9만5천원 상당의 식사 등 합계 109만5천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면직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낸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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