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톡

중국의 ‘창업 메카’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가 지난해 경제 규모에서 광저우를 제치고 광둥성 1위 도시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전체 도시 중에선 상하이와 베이징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광둥성 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선전은 국내총생산(GDP)에 연구개발(R&D) 비용을 포함한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광저우를 제치고 처음으로 광둥성 1위에 올랐습니다. 선전의 GRDP는 2조79억위안으로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조위안(약 332조4000억원)을 넘어섰는데요. 같은 기간 광저우의 GRDP는 1조9805억위안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선전의 총 R&D 지출은 800억위안에 달했는데요.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GRDP 대비 R&D 비중은 4.1%로 2위를 기록했지요. 반면 광저우의 R&D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습니다. 작년 R&D 지출은 451억위안으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 톈진에 이어 5위에 머물렀습니다. GRDP 대비 비중도 2.3%로 선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이었던 선전은 1978년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중국의 혁신을 이끄는 중심 도시로 부상했습니다. 1988년 중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경제특구로 지정됐지요. 이후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과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선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의 본사도 선전에 있습니다. 선전의 ‘화창베이(華强北)’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로 고객이 원하는 어떤 전자제품도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선전에 본사를 둔 기업의 시가총액은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큰 차이로 추월했습니다. 상하이, 선전, 홍콩, 미국 등의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지역별로 나눠 11월 말 기준 시총을 합산한 결과 선전 기업의 시총이 10조400억위안으로 상하이 기업의 시총 7조5000억위안을 크게 앞섰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선전과 상하이 기업의 시총 차이는 2000억위안에 불과했는데 더 벌어진 것이지요. 1988년 선전에서 창업해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텐센트의 주가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중국 IT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000억달러(약 542조원)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선전은 혁신 기업의 산실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결합해 환태평양 지역에 혁신 허브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전을 캘리포니아와 중국의 합성어인 ‘캘리차이나’로 부르며 그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실리콘밸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선전에서 이를 구체화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선전이 실리콘밸리의 하청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선전에서 시험을 통해 실용화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제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 에어버스가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에 이어 선전을 자사의 두 번째 혁신센터가 들어설 곳으로 낙점한 게 캘리차이나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이미 에어버스는 선전에서 조종석이 없는 1인용 자율주행 비행택시인 ‘바하나(Vahana)’ 프로젝트와 이를 위한 항공관제 시스템, 헬리콥터 공유 서비스 등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고 있지요. 혁신센터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선전에 새로운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년 전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선전이 첫 번째 목적지였다”며 “애플은 항상 혁신적인 제품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제조 파트너들도 매우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선전에서 1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선전은 애플에 매우 중요한 도시”라고 말했습니다.

캘리차이나란 용어를 처음 제안한 살바토레 베이본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아이디어는 캘리포니아에서 나오지만 이를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선전”이라며 “앞으로 선전의 성장을 더욱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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