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과학
지구상에 빛이나 냄새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있지만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시각이나 후각이 없는 동물은 있지만 청각이 없는 동물은 찾아볼 수 없다.
음향설계 컨설팅회사 뉴로팝 공동창립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세스 S 호로비츠는 《소리의 과학》에서 “진화와 생존 면에서 청각은 가장 보편적인 감각”이라며 “시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건을 지각하지 못하지만 청각은 초당 수천 번 변화하는 사건도 지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소리에 대한 거의 모든 얘기를 들려준다. 청각 능력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아래인 개구리부터 고도의 청각 능력을 발휘하는 박쥐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에 대한 다양한 청각 연구 결과를 담았다. 인간이 소리를 이용하는 사례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음악은 물론이고 전쟁에서 사용된 음향 무기 얘기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슈투카 폭격기에 사이렌을 달아 운영했다. 이 사이렌은 폭격기가 수평비행할 때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공격을 위해 급강하할 때만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적군에게 나치의 위용을 과시하고 공포심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스스로 소리를 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전기자극을 주고받을 때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이 소리의 흐름을 탐구하는 일은 사랑이나 분노 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만약 뇌 속 모든 뉴런의 소리를 전부 녹음할 수 있다면 뇌 속 사건들과 인지 기능을 반영하는 소리로 작곡된 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400쪽, 2만2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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